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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성 "아시아가 테러중심"

중앙일보

입력

미 국무성이 1일 연례 보고서인 '지구촌 테러 유형' 을 발표했다. 북한은 예상대로 이 보고서에 따라 종전대로 테러 지원국 명단에 올랐다. 또 전체 테러국 명단에 지난해와 다름없이 이란.이라크 등 7개 국가가 그대로 포함됐다.

그러나 국무성은 테러의 중심지가 중동에서 아시아 남부지역으로 이동했으며, 테러의 동기도 정치적 분쟁보다는 종교와 이데올로기에 의한 것이 많아 졌다고 분석했다.

◇ 중심지역의 변동 = 이 보고서는 테러의 핵심 지역이 아시아쪽으로 옮겨온 것을 지난해 최대의 변화로 꼽았다.아시아 지역의 국제 테러 건수 (1백41건)
도 전년도의 배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주목했다.

아프가니스탄은 탈리반 정권이 테러범들을 암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됐다. 1998년 북부 아프리카 각국의 미국 대사관 폭탄 공격을 주도한 오스마 빈 라덴을 보호하고 있으며, 미국을 공격하는 테러범들이 영토내에서 훈련하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최근 가장 위험한 나라로 분류됐다. 무자헤딘 등의 테러 조직과 카시미르 반군을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테러 조직에도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고 있어 다른 지역 테러범까지 속속 집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나라 정부는 테러범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관용을 보이고 있다" 고 표현했다.

반면 이 보고서는 이란.이라크.시리아.리비아 등 4개 중동 국가를 가장 위험한 테러지원국으로 분류하면서도 "대부분의 중동 지역 정부들이 반 테러 정책을 강화했다" 고 긍적적으로 평가했다.

또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 시리아 평화 협상 등도 성과가 있었다고 기록했다. 지난해 이 지역 국제 테러 건수도 8건으로 전년도보다 17건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미 언론들은 정부가 탈리반 정부를 공식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 미국과 파키스탄이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이 테러 지원국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 북한 = 1970년 일본 항공기를 납치한 적군파를 인도하라는 일본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고 테러 집단에 무기를 수출하는 등의 이유로 테러 지원국에 포함됐지만 "모든 형태의 테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에게 기본적인 국가 정책과 그다지 어긋나지 않는 몇가지 조치만 취하면 테러지원국에서 제외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렸다" 고 밝혀 장차 북한의 입장 변화에 따라 테러 지원국에서 제외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 전반적 경향 = 국제 테러에 의한 사상자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망자는 2백33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5백여명 이상 감소했다. 부상자도 1998년에는 5천9백여명이었으나 지난해는 7백6명이었다.

이에 비해 국제 테러 건수는 2백74건에서 3백92건으로 불어났다.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소규모 테러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중동지역에서는 6건이 감소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모두 테러 건수가 늘어났다.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공격은 1백62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52%가 증가했다.

보고서는 또 테러의 형태는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강하게 조직된 형태에서 국제적 연대 등 느슨한 조직으로 변화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테러의 동기도 영토분쟁 등 정치적인 것보다 종교적.이데올로기적인 것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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