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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스타열전 (19) - 커트 쉴링

중앙일보

입력

투수들의 능력을 재는 잣대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는 승수와 방어율, 탈삼진을 들 수 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에이스 커트 쉴링을 승수라는 잣대로 보면, A급 투수라고는 보기에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그의 투구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음을 금방 알 수가 있다.

그의 통산 승수는 99승으로 12년의 메이저리그 경력에 비해 많은 승수가 아니다. 본격적으로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90년부터의 10년간의 성적으로 봐도 1년에 10승이 채 안돼는 승리를 거둔 셈이다. 그러나 내셔널리그의 대표적 투수들을 거론할 때, 커트 쉴링의 이름이 대부분 거론되는 것을 보면 다른 이유가 있음에 분명할 것이다.

커트 쉴링의 볼은 우선 위력적이다. 키 193cm, 몸무게 103kg의 거구로 시속 155km대의 강속구를 묵직하게 꽂아대고 무시무시한 슬라이더를 던져낸다. 게다가 최근에는 좌타자 공략을 위해 스플리터까지 던지고 있다.

97-98년 연속 300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내, 메이저리그 사상 5번째 2년 연속 300탈삼진의 대기록을 세우기도 한 명실상부한 '닥터K'이다.

그리고 그는 한 번 선발 등판하면 대부분 8이닝 이상 던지고 여차하면 완투를 하기도 한다. 현역 투수 중 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랜디 존슨과 함께 가장 완투 능력이 뛰어난 투수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형적인 파워피쳐임에도 불구하고 컨트롤이 대단히 뛰어나다. 전문가들은 후에 그가 노쇠하여 강속구를 잃어버리더라도 기교파 투수로 살아남기에 충분한 컨트롤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통산 방어율도 3.38로 내셔널리그의 대표적인 투수들인 톰 글래빈, 존 스몰츠 등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본격적으로 선발투수로 활약한 92년부터 줄곧 전통적인 약팀인 필라델피아에서 뛰는 바람에, 그의 뛰어난 능력에 비해 많은 승수를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그가 등판하는 날이면, 안그래도 약한 팀 타선이 더욱더 침묵하곤 했다.

앞으로 다른 팀에서 거액을 들여 그를 데려가기 위해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여, 그렇게 된다면 그의 승수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것으로 보아도 승수가 적다고 그를 정상의 투수가 아니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1966년에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태어난 쉴링은 86년에 전미 드래프트 2라운드에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했다. 착실히 마이너리그에서 수업을 쌓고 88년에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트레이드되어 9월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지만 빅리그의 높은 벽을 절실히 실감하고 3패에 그쳤다.

90년부터 본격적으로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되었지만 그의 보직은 중간계투 내지는 셋업맨이었다. 91년에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에로 트레이드 되었고, 92년에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 되어 본격적으로 그의 이름을 메이저리그에 떨치기 시작했다.

92년 시즌 초에는 중간계투로 뛰다가, 두각을 나타내자 선발투수로 나서기 시작해 눈부신 피칭을 펼쳐 14승 11패 방어율 2.35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 기간동안 29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기도 했고 완투도 10차례나 했다.

93년은 4월의 선수로 뽑히면서 산뜻하게 시작하여 16승으로 시즌을 마감했고, 그 해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MVP를 차지하는 활약으로 팀의 통산 5번째 월드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는 완봉승을 거두는 활약을 펼쳤지만, 아깝게 팀은 우승에 실패하였다.

94년은 각종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들락거리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고, 95년에는 시즌 초반에 탈삼진 선두를 달리며 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다시 부상으로 시즌 중반에 마운드를 떠나야 했다.
그 해 어깨에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 이듬해부터 그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96년 5월에 마운드에 복귀하여 승수는 9승에 그쳤지만, 방어율 3.19에 리그 최다 완투(8회)를 기록하여 메이저리그 최정상 투수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97년에 드디어 319개의 탈삼진을 잡아내 내셔널리그 탈삼진왕에 올랐는데, 이는 내셔널리그 우완투수 사상 최고의 기록이기도 했다.

또한 이렇게 많은 탈삼진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볼넷은 겨우 58개만 허용했고 방어율은 2.97을 기록했지만 허약한 팀의 타선 때문에 전적은 17승 11패에 그쳤다.

98년에 정확히 300개의 탈삼진을 2년 연속 300탈삼진을 기록했고, 완투는 15차례(빅리그 최다)나 하는 강견을 자랑했다. 그러나 역시 팀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15승에 그쳤다.

99년 시즌은 더욱 아쉬웠다. 오랜만에 팀의 타선의 도움을 받아 첫 20승과 사이영상에 도전했으나 어깨부상이 재발하여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부상으로 마감하기 전까지의 성적은 15승 6패였다.

99년 12월에 다시 어깨수술을 받고, 강력한 재활의지를 보이면서 몸 상태를 서서히 만들어 마운드에 다시 서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 예상보다 빨리 마운드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위와 컨트롤 모두 최고의 레벨에 속하는 커트 쉴링이 어서 빨리 마운드에 다시 서서 랜디 존슨과 ‘닥터 K’대결을 벌일 날을 팬들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커트 쉴링>
- 생년월일 : 1966년 11월 14일
- 신장 : 193cm 체중 : 103kg
- 투타 : 우투우타
- 연봉 : 570만 달러
- 소속팀 : 볼티모어 오리올스(88) -> 휴스턴 애스트로스(91) -> 필라델피아 필리스(92)
- 통산성적 : 99승 83패 방어율 3.38 1,571 탈삼진
- 경력 :
▶93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MVP
▶97, 98년 내셔널리그 탈심진상 수상
▶97, 98년 2년 연속 300탈삼진 (메이저리그 사상 5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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