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산업 인력난에 미-유럽간 기술이민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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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산업분야의 기술인력 확보를 위해 미국.유럽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정보통신 산업의 급성장으로 인력난에 빠진 선진국들이 해외 기술자들에게 비자발급의 문턱을 낮추고 세제혜택을 주는 등 '하이테크 이민'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미국 하원 이민소위원회는 최근 외국인 기술자가 미국 내에서 취업하기 위해 필요한 'H-1B' 비자의 발급제한을 2001년부터 2003회계연도까지 3년 동안 철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1990년대 들어 미국이 정책적으로 외국인 이민의 문호를 좁혀온 점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인 법안이다.

하지만 이민 규제 완화를 요구해온 실리콘 밸리 등 정보산업계는 이 법안으로는 인력난 해소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보다 과감한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보산업 업체들의 단체인 미국 IT연맹(ITAA)은 최근 한 조사보고서에서 "올해 1백60만명 정도의 하이테크 기술자가 필요하지만 현상태로라면 85만명이 부족하다" 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H-1B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은 11만5천여명에 머물렀다.

독일은 지난달 비 유럽연합(EU)국가로부터 기술자 2만명을 채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외국인 기술자들에게 3~5년간 유효한 특별노동허가증을 발급할 계획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정보기술 시장은 미국에 모두 빼앗겨 버린다" 며 기술인력 수입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영국은 올해 예산안에서 정보산업을 비롯, 인재부족이 예상되는 분야에 대해 노동허가증의 발급제한을 완화키로 했다.

스웨덴은 체류기간 5년 이내의 외국인 전문가들에게 소득세 과세 대상액을 3년간 25%씩 감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이같은 계획이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가장 큰 인재공급원으로 기대되는 인도의 경우 올해 7만3천명의 기술자가 배출될 전망이지만 이는 14만명으로 추정되는 국내 수요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또 수입 기술자들이 자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을 우려하는 노동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독일 노동계는 "실업률이 10%를 웃도는 상황에서 해외인력이 유입되면 결국 독일인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 이라며 슈뢰더와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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