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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안 초안 마련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대기업 오너.대주주의 권한을 제한하고, 소액주주와 감사.사외이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달 중순께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한 자문단으로부터 기업 지배구조 개혁 보고서 및 권고안을 받아 상법 개정에 착수하는 한편 증권거래법.공정거래법 개정을 위해 재정경제부.공정거래위와도 협의할 계획이다.

자문단이 제출할 권고안에는 주식을 1주만 가진 소액주주도 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으며, 임원을 상대로 대표 소송도 벌일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이사와 감사는 회사의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상장.비상장을 불문하고 대기업은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외국인의 상장회사 주식 소유 제한을 철폐하는 등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이 권고안이 채택되면 기업 경영의 근본 틀이 바뀌게 된다.

자문단은 이중 대부분을 포함한 최종안을 곧 마련, 법무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권고안이 한국의 법 체계나 기업 현실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는지를 검토한 뒤 내년 개정을 목표로 입법을 추진하겠다" 고 밝혔다.

이 권고안은 외환위기 이후 세계은행이 한국의 경제 개혁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 관련 법제의 개선에 쓰라며 제공한 차관으로 마련됐으며, 법무부는 지난해 8월 국제적 법률회사인 쿠더트 브러더스와 법무법인 세종 등의 컨소시엄에 용역을 의뢰했다.

그러나 전경련 등 재계는 "국제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무리한 조항이 많아 기업활동을 크게 제약할 뿐 아니라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불러일으킬 우려마저 있다" 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경련은 최근 회장단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미국.일본.유럽 등지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국제 세미나를 열고 정부에 기업의 입장을 반영해 신중히 결정하도록 건의할 계획이다.

민병관.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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