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나눔이야기] 장애있는 친구의 ‘굿프렌드’ 되기 어렵지 않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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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는다. 그래서 반마다 이런 친구들의 단짝친구가 되어주는 봉사 활동이 있다. 이 단짝친구를 ‘굿프렌드(good friend)’라고 부른다. 3월에 굿프렌드 신청을 하면 장애가 있는 친구와 1:1로 맺어준다. 학급에 따라 장애 친구 한 명을 2~3명의 굿프렌드가 돕기도 한다.

요즘 나는 한슬이(사진 왼쪽)의 굿프렌드다. 한슬이는 2급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할 일을 스스로 잘하는 편이라 도움 주는데 많이 힘들지는 않다. 선생님의 전달사항이나 학교 공지를 꼼꼼하게 챙겨 알려주는 등 전반적인 학교생활을 도와준다. 한슬이가 청소 당번일 때는 남아서 함께 청소하기도 한다. 또 한슬이가 외롭지 않게 함께 있어준다.

내가 굿프렌드 활동을 해보겠다고 했을 때 ‘왜 힘든 일을 나서서 하냐’는 친구들도 있었다. 장애인 친구를 도와주는 일이 힘들까봐 겁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장애인 친구를 즐겁게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2학년이 되자마자 굿프렌드 활동을 신청했다. 처음에는 한슬이에게 도움을 주는 게 어색했지만 지금은 서로 많이 편해졌다.

한 학기 내내 큰 어려움 없이 지내다가 지난 7월 2박3일 수련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울고 말았다. 수업시간에만 도와줄 땐 괜찮았는데, 수련회 내내 함께 먹고 자며 챙겨주자니 좀 버거웠기 때문이다. 반끼리 모이거나 단체행동을 할 때 한슬이가 다른 곳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말리는 것도 힘들었다. 아침에 깨워주고 내내 같이 있으니 ‘엄마’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늘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번 여름 방학식 때는 한슬이가 나를 안아줘서 감동을 받았다. 방학 동안 만나지 못할 거란 아쉬움에 한슬이는 울기까지 했다. 한슬이는 감정표현에 굉장히 서툰데, 그렇게 우는 걸 보니 나를 많이 의지하고 믿어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 잘해 주지 못했던 게 미안했고, ‘이젠 정말 친구가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학기 동안 나와 함께 지내며 한슬이는 적극적으로 변했다. 수업시간에 손을 들고 대답도 잘하고 말수도 많아졌다. 나 역시 한슬이 덕분에 다른 장애인 친구들에게도 마음을 열게 되었다. 장애인 친구들과 지내보니 비장애인 친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오히려 ‘순수한 마음’이나 ‘늘 웃는 얼굴’ 등, 배울 점이 많았다.

주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에는 어려운 사람을 봐도 용기가 없어 선뜻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는 일이 많아졌다. 또 예전에는 봉사에 관한 글을 보면 공감이 잘 안됐는데, 나 자신이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 게 놀랍다.ㅎㅎ 굿프렌드 활동을 통해 ‘힘든 일도 용기를 가지고 시작하면 얼마든지 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선행은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것도 배웠다.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좋은 일에 거침없이 나서기를 바란다.

지혜주(18·서울시 마포구·서울여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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