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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만들고 젓갈에 넣고 … 한산모시를 먹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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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7일 오전 충남 서천군 화양면 월산리 모시마을 영농조합법인 떡 공장에서 주민들이 모싯잎 송편을 만들고 있다. 주문이 밀려 밤 10시까지 작업이 한창이다. [김성태 프리랜서]


|7일 오전 10시 충남 서천군 화양면 월산리 ‘모시마을 영농조합법인’ 떡 공장. 66㎡ 규모의 공장 안에서 영농조합 소속 마을 주민 10여 명이 연두색 반죽으로 송편을 빚느라 분주하다. 송편에 들어가는 모싯잎은 1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한산지역에서 재배했다. 한산은 화양과 인접해 있다. 이곳에선 요즘 추석을 앞두고 주문이 밀려 하루 150kg의 쌀을 송편(450만원 상당) 만드는 데 쓰고 있다.

 전통 섬유 재료인 한산 모시가 먹는 모시로 탈바꿈했다. 서천군과 주민들은 그동안 화학섬유에 밀려 한계에 달한 모시산업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고민해왔다. 그 결과 칼슘과 마그네슘 등 다양한 영양소를 갖고 있는 모싯잎을 활용한 모시 가공식품을 내놓은 것이다. 서천군에서는 한산면을 중심으로 150여 농가가 연간 15t의 모시(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새롭게 선보인 모시 식품은 모싯잎 송편을 비롯, ▶모시잎차▶모시막걸리▶모시젓갈 등이다.

 모싯잎 송편은 먹는 모시 산업의 선두 주자다. 서천군 한산·화양면 일대 농민들이 올해 초부터 영농조합을 만들어 생산하고 있다. 현재 영업 중인 영농조합은 모두 3곳. 조합에는 모시와 벼를 재배하는 농민(60가구)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들 영농조합에서는 모싯잎 송편으로 올 한해 동안 1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싯잎 송편에는 모시 성분이 30% 이상 들어있다. 모싯잎은 특유의 향과 초록색을 낸다. 송편이 딱딱해지고 쉽게 상하는 것도 막아 준다. 또 섬유질과 항산화 활성 물질이 많아, 변비·당뇨 등을 예방한다. 가격은 1.2kg들이 한 박스에 1만원(25개)이다.

 모시젓갈도 인기 상품이다. 모시젓갈은 한산지역 식품회사가 2년 전 개발했다. 명란젓 등 각종 젓갈 숙성과정에 한산 모싯잎 가루 2%를 첨가해 만든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8억원이다. 모시젓갈 회사 대표 신혁호씨는 “모시젓갈은 젓갈의 짠맛을 덜하고 감칠맛이 나는 게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젓갈 종류에 관계없이 가격은 500g 한 박스에 1만원.

 모싯잎차는 제조과정이 녹차와 동일하다. 모싯잎을 따서 말린 뒤 티 백이나 가루 등 기존 전통 차와 같은 형태로 판다. 모싯잎차에는 칼슘 등이 다량 함유돼, 여성 골다공증 예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산지역 식품회사가 올해 초부터 시판 중이다.

글=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모시=모시는 마(麻)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이다. 통상 모시풀의 줄기 껍질을 벗겨 삼베처럼 짜서 옷감으로 쓴다. 모싯잎의 경우 섬유로는 쓰지 않고 식용(쌈 등)으로 간간히 사용됐다. 한산 지역에서는 삼국시대부터 모시를 재배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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