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정치권은 진흙탕 싸움 … 중도하차 가능성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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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변호사의 6일 공동 기자회견이 열린 곳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의 수피아홀이다. 불출마 선언 하루 전인 5일 안철수 원장 측 인사가 이 수피아홀을 찾아와 기자회견 장소로 예약을 해놓으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에 따르면 안철수연구소 직원이 5일 오후 2시30분쯤 수피아홀을 찾아 “6일 오후 행사장소로 쓰려고 하는데 적합한지 둘러보러 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안 원장이 박 변호사와의 회동 전에 미리 기자회견 장소를 물색해 놓았다는 것은 안 원장이 진작에 출마를 포기할 생각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다. 그렇지 않다면 박 변호사와의 협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자회견 장소와 시간까지 정해 놓을 순 없기 때문이다.

 전날 기자회견 장소를 예약했던 안철수 연구소 직원은 6일 오전 11시쯤 세종문화회관 예약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쩌면 (장소를 빌리는 게) 취소될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랬다가 오후 2시20분쯤 다시 전화를 걸어 “4시에 갈 테니 테이블과 의자를 준비해 달라”고 했다고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밝혔다.

 장소 예약을 취소하려 했던 것은 박 변호사 측과 안 원장 측 간에 이날 오전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 원장은 이미 박 변호사를 위해 출마를 하지 않을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서울 충청로 S오피스텔에서 박 변호사를 만나자마자 기자회견장 예약을 확정한 것이다.

 사실상 출마 의사를 접을 뜻이었으면서도 안 원장은 6일 오전까지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내 생각은 50대 50”이라는 취지로 말해 왔다. 안 원장은 불출마 의사를 박 변호사와의 e-메일 대화를 통해 굳혔다고 밝혔었다. 그는 4일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 박 변호사가 내게 장문의 e-메일을 보냈는데 출마 의지가 확실하다는 걸 느꼈다” 고 했었다. 안 원장 주변에선 안 원장이 불출마 결정을 내리는 데는 가족들의 극심한 반대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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