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국내기업 고유영역 진출 시작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씨티은행은 지난 24일 국내 중소기업을 상대로 대출 업무를 전담하는 '씨티은행 중소기업금융본부’를 가동했다.연간 매출액 20억∼6백억원의 중소기업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새로운 조직이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은행 가운데 씨티은행이 처음으로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금융시장에 뛰어들었다.이 은행 장덕형 중소기업본부장은 "5년 안에 3천여 중소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등이 쉽지 않아 그동안 대출을 꺼려왔는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내 기업이 고유 영역으로 인식해온 시장과 분야에 외국 기업이 뛰어들고 있다.한국 특유의 시장이나 해외 본사에서 취급하지 않는 생소한 사업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소매 금융에 강한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1998년부터 VIP 고객을 상대로 독특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서울 압구정·삼성 지점에 VIP센터를 설치해 큰손을 상대로 예금·대출 업무는 물론 세무 상담과 함께 문화행사를 예약하는 등 일반 고객과 차별화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홍콩상하이한국은 '금관클럽’을 만들어 잔고가 5천만원이 넘는 한국인 고객이 전 세계 6백여 지점에서 언제든지 현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VIP센터는 은행 계좌의 석달 잔고가 1억원을 웃도는 큰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90년대 중반 이후 주택·국민·신한 등 국내 은행이 개발한 '한국형 소매금융'형태다.

알리앙츠제일생명은 담보 대출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이는 독일 본사나 다른 해외지점에선 하지 않는 영업방식이다.알리앙츠는 '아줌마 부대'로 불리는 여성 보험설계사가 한국 보험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올해에만 2천여명의 여성보험 판매사원을 새로 뽑기로 했다.

대표적인 '한국형 비즈니스'로 손꼽히는 PC방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외국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라이코스코리아는 여러가지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라이코스 게임센터를 인터넷 상에 올렸다.급성장하는 국내 게임 시장과 PC방을 공략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다.

미국계 네트워킹 장비 회사인 한국 시스코시스템즈도 국내 PC방에 장비를 무료 또는 싼 가격에 대여하고 있다.이밖에도 몇몇 일본 업체가 PC방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국내 업체와 제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래시장의 e-비즈니스에 뛰어든 업체도 있다.컴팩코리아는 전자상거래 전문업체인 FSCM 등과 손잡고 서울 동대문시장의 전자상거래 네트워크를 구성하기로 했다.

컴팩은 동대문시장 내 도·소매상을 대상으로 75만대의 컴퓨터를 3년 안에 걸쳐 공급하는 대신 전자상거래로 생겨나는 수익의 일부를 댓가로 받기로 제휴했다.재래시장이 온라인 상거래 체제로 변신을 꾀하자 재빠르게 선수를 치고 나섰다.

컴팩코리아 관계자는 "국제화와 정보화가 필수인 e-비즈니스 모델을 한국의 재래시장에 처음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