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호의 마켓뷰] 기업투자·일자리 늘리기‘발등의 불’ … 오바마의 카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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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급락에 대한 반발이 출현한 뒤가 더 두렵다’는 건 시장 참가자 대다수의 컨센서스다. 더욱이 미국의 8월 고용지표는 경기침체가 멀지 않았다고 예고한 듯하다. 또 유로존 소버린 위험에서 이제 미국 금융권의 소송 이슈까지 신용경색에 대한 공포는 마치 눈덩이처럼 확산에 확산을 거듭하고 있다. 현 상황을 가볍게 보고 있지는 않다. 다만 지난 5~7월이 기대의 과잉이었던 것처럼 이젠 우려가 지나치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지난달 글로벌 증시 추락은 이러한 우려를 급하게 반영한 모양새다. 현 상황은 새로운 게 아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신중히 생각해 보자. 시스템 붕괴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리 새롭지 않다. 오히려 악화된 상황보다 주가는 더 많이 추락했다. 경제여건의 변화보다 정서 변화와 이로 인한 주가 충격이 더 컸다면 투자 정서의 소폭 개선에도 증시의 환호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달 이탈리아 국채 차환 발행 성공과 함께 우려 완화 과정이 뒤따를 것이다. 또 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서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연결되는 정책 이벤트는 더블딥(이중침체) 공포를 완화시킬 것이다. 위험을 선택한다면 모든 게 확인된 뒤가 아닌 바로 지금인 것이다. 9월의 시장은 비관론자보다 낙관론자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크다.

 8일 오바마 연설은 기대를 모은다. 고용창출을 위한 의지와 기업 투자 유도를 위한 세금 인하 등이 거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창출 대책은 내년 대선을 감안할 때 최우선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실업률이 7.2% 이상인 경우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앨런 크루거를 내정한 것은 이러한 정책의지를 더 반영하기 위한 선택으로 판단한다.

 집권 이후 오바마의 행보는 민주당의 정책 방향만을 따른 것으로 볼 수 없다. 클린턴 행정부와 유사성이 너무 많아서다. 이런 판단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과거 클린턴 정부에서는 신산업 투자와 기업가 정신의 결합이 ‘정보기술(IT) 버블’을 이끌어 냈다. 이처럼 오바마 정부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임에 성공하는 그림을 그려 볼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일자리와 관련해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성장산업과 벤처캐피털 자금의 흐름이다. 과거 위기 이후 성장사이클 진입과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선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신산업에 대한 연구와 투자(New Ideas & New Industry)를 통해 제조업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시각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긍정적 변화도 포착된다. 미국의 순수 벤처캐피털 자금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및 성장기업의 지원과 활동은 벤처캐피털 자금 흐름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벤처캐피털 흐름은 자금액 규모 면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클린턴은 성장산업 육성을 통해 ‘전설의 10년’을 이끌어 냈다. 오바마 또한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와 육성을 통해 새로운 산업 사이클을 만들어 내 경기 불황과 고용 악화의 탈출구로 삼을 수 있다. 이번 오바마의 연설 속에 적극적인 투자 유인정책이 언급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투자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각종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미국 내에서 거세지고 있고, 오바마는 이를 알고 있다. 8일 단상에 선 오바마의 입을 주시해야 한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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