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혁명…제4의 물결] 인체 게놈사업이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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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게놈사업이란 인체 설계도를 구성하는 30억쌍의 염기서열을 순서대로 찾아내는 작업.

이 염기벽돌은 아데닌(A).구아닌(G).시토신(C).티민(T)의 4종류로 구성되며 이들은 이중가닥으로 꼬여 있는 유전물질 DNA를 사다리처럼 연결하고 있다.

염기벽돌 3개의 조합이 아미노산 1개의 합성을 지시하며 이들 아미노산이 모여 단백질을 만든다.

예컨대 TGG면 트립토판이란 아미노산 합성을 지시한다. 염기벽돌의 종류와 순서에 따라 생김새나 질병 등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이 결정된다. 그 차이는 단 0.1%.1천개 염기벽돌 중 1개만 달라도 생김새는 물론 지능과 성격까지 달라진다.

인체는 세포마다 핵 속에 46개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 이중 23개는 모친, 23개는 부친으로부터 물려받는다. 염색체란 유전물질 DNA를 담고 있는 그릇. 유전정보를 모두 담고 있는 46개 염색체 세트를 총칭해 게놈이라 부른다.

1개의 염색체엔 수천개의 유전자가 들어있으며 하나의 유전자는 다시 수만개의 염기벽돌로 구성된다.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규정짓는 모든 유전정보가 길이 1.5m, 무게론 1천억분의 1g에 불과한 DNA가닥에 담겨있다는 의미.

예컨대 1번 염색체의 경우 고셔병을 일으키는 GBA유전자와 전립선암유전자(HPC1), 녹내장유전자(GLC1A), 치매유전자(PS2AD4)가 들어 있다.

미국 정부의 주도아래 15개 선진국 연구진이 참여해 88년부터 시작한 인체게놈사업은 30억달러의 연구비용과 1천여명의 연구인력이 10년동안 매달려온 초거대 과학프로젝트. 달 착륙을 위한 아폴로계획이나 원자탄 개발을 위한 맨해튼계획보다 큰 규모를 자랑한다.

스탠퍼드대는 4번 염색체, 예일대는 12번 염색체 등 연구소마다 역할을 분담하고 이를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인체게놈연구소(NHGRI)가 취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3월 초 3분의2에 해당하는 20억쌍의 염기서열해독이 끝난 상태.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이르면 6월 초 사상 최초로 인체설계도의 완전한 모습이 인터넷에 공개될 예정이다(http://www.ncbi.nlm.nih.gov/genome/seq).

4월 초 미국의 민간생명공학회사 셀레라 제노믹스사가 모든 서열해독을 끝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성급한 발표란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신희섭 교수는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선 최소 10회는 반복해 염기서열을 해독해야 하나 셀레라사는 3회만 반복한 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 고 지적했다.

비행기를 인체에 비유할 때 수백만개가 들어가는 나사는 한두번만 해독해도 찾아낼 수 있지만 1개밖에 없는 블랙박스는 누락될 수 있다는 것.

당장 얻을 수 있는 인체게놈사업의 수확은 질병의 예측. 앞으로 이르면 10년내 암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전병 발병확률을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경우 위험인자를 피하고 조기발견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 그러나 병든 유전자 대신 정상 유전자를 갈아끼우는 유전자치료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2050년 이후엔 태어날 때부터 일부 질환에 대해 체질교정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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