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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러너’ 유병훈, 한국 첫 메달 감동 기대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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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공)는 비장애인과 당당히 겨루며 세계 육상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오늘은 한국의 장애인 선수가 감동의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휠체어 육상 선수 유병훈(39·사진)이다.

 유병훈은 3일 오후 7시55분 번외경기로 열리는 T53 휠체어 육상 400m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휠체어 경기는 공식 메달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도 유병훈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 메달 가능성이 가장 크다. 유병훈의 시즌 랭킹은 5위다. 지난 1월 어깨 수술을 한 뒤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3위였던 랭킹이 두 계단 내려갔다.

 유병훈은 “개인 최고기록(49초87)을 경신한다면 동메달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며 자신감에 넘쳤다. 그는 “지난 5월 대구스타디움에서 경기해 봤는데 몬도 트랙이 쿠션이 좋아 확실히 잘 나가더라”고 말했다. “좋은 성적으로 시상대에 오르면 만난 지 4개월 된 비장애인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할 생각도 있다”고 귀띔했다.

 유병훈은 한국 장애인 육상의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주는 선수다. 한국에 휠체어 육상 선수는 많다. 하지만 비장애인과 겨루는 ‘한국의 피스토리우스’는 먼 이야기다. 비장애인과 겨루려는 생각 자체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특수체육을 전공한 전혜자(57) 순천향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피스토리우스 같은 선수를 지도할 전문 코치가 많지 않다. 외국처럼 발달된 의족을 접할 기회도 적어 자연히 휠체어 쪽으로 몰린다”고 설명했다.

 문영수(41) 대한장애인육상연맹 사무국장은 “경기용 의족은 한 개당 1000만원을 넘는다. 장비를 계속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어릴 때부터 비장애인과 겨룰 수 있는 종목을 발굴해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장애인체육시설이 대부분 외곽 지역에 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 일반체육시설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현재 16개 시·도에 있는 장애인체육시설은 10개 남짓하다.

대구=오명철 기자

◆T53=T는 트랙(Track), 53은 장애유형 및 등급을 말한다. 앞번호가 장애유형, 뒷번호는 장애등급이다. 장애유형은 시각장애가 1, 지적장애가 2, 뇌성마비 및 뇌병변이 3, 절단장애가 4, 척수장애가 5에 해당한다. 장애등급을 나타내는 뒷번호는 숫자가 높을수록 장애 정도가 덜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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