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보다 싸고 편리한 '성층권 비행선'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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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국방.산자부 등 여러 부처가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성층권 비행선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소가 최근 자력개발을 염두에 두고 ''다목적 성층권 비행선'' 의 개념 설계를 끝내가고 있는 것.

다목적 성층권 비행선이란 지상관측과 통신중계 등 말 그대로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비행선을 가르키는 말. 생긴 모양이 비행선일 뿐 쓰임새는 기존의 관측위성이나 통신위성과 다를 게 없다.

오히려 24시간 한자리에 떠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측위성보다 산불이나 환경오염 감시에는 더 적합하다. 물론 국가보안 목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관측 위성인 아리랑 1호의 경우 하루 두 차례 가량 한반도를 훑고 지나갈 뿐이다.

항공우주연구소 염찬홍박사는 "성층권은 지금껏 무주공산(無主空山) 과 같은 공간이었다" 며 "비행선은 이런 공간을 공략하기에 안성맞춤인 ''물건'' " 이라고 말했다.

성층권 이하의 공간은 비행기가, 성층권 위쪽으로는 인공위성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 성층권을 제외한 이들 나머지 공간은 자리잡기가 힘들 정도로 최근 과밀현상을 보이고 있다.

성층권 비행선의 유력한 활동 공간은 지상 20~25㎞. 기상현상이 거의 없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태풍이 위력을 발하는 것도 이 아래 공간이며 눈비도 내리지 않는다.

항공우주연구소가 제시한 성층권 비행선은 길이 2백m짜리. 왠만한 항공모함의 2배 가량되는 크기다.이런 규모의 비행선을 개발해 하늘에 띄우는 것은 이론상으로는 물론 기술적으로도 이제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성층권 비행선 개발에 난제가 있다면 비행선을 일정 공간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다. 비행선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면 통신중계도 관측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염박사는 "반경 5백m~1㎞를 벗어나지 않도록 통제하는 기술이 긴요하다" 고 밝혔다. 이같은 위치 통제의 관건은 제어기술을 확보하는 것. 또 장기체공을 위한 에너지원 발굴도 과제다.

현재로선 태양전지와 연료전지를 적절히 결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태양전지는 낮시간의, 연료전지는 밤시간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성층권 비행선 개발을 추진중인 미국과 일본은 한때 마이크로파를 지상에서 쏘아올리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파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것은 전자렌지에서 음식을 데우는 열이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이같은 난제를 뚫고 성공만 한다면 비행선은 ''황금알을 낳는 풍선'' 대접을 받을 수도 있다. 인공위성의 경우 수명이 아무리 길어봤자 10년을 못넘고, 첩보위성의 경우 수개월짜리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성층권 비행선은 마치 우주왕복선처럼 문제가 생기면 지상으로 끌어내려서 수리하고 기술이 발달하는 대로 개량해서 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항공우주연구소가 추정하는 개발비는 1천억원대 수준. 왠만한 위성 개발비보다는 훨씬 싼 액수다.

내년부터 개발에 착수한다면 2년내에 소형 실험용 비행선을 제작할 수 있고, 기간을 넉넉히 잡아도 5년내에는 완성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항우연 개발팀은 말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일본.독일 정도를 제외하고는 개발에 뛰어든 국가도 없는 만큼 성공만 한다면 국제시장 선점도 기대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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