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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행시 동기 ‘청풍초’ 관가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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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30 개각 때 발탁된 장관 후보자 5명 중 행정고시 출신은 2명이다.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내정자로, 모두 24회 출신이다. 이로써 24회도 22회(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23회(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반열’에 올랐다. 현 내각에 장관급 2명 이상 있는 기수가 된 셈이다. 임채민 후보자가 현직 국무총리실장인 만큼 동기끼리 장관직을 ‘인수인계’하는 모양새도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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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실장 임명 이후 장·차관급 18명

 이번 개각에서 특히 임채민 후보자가 발탁된 점에 공무원들은 주목하고 있다. “복지를 경제 시각에서 보자는 역발상”이란 게 청와대의 설명이지만 지식경제부 1차관 출신인 임 후보자의 전공은 거시경제가 아닌 산업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와 유사한 배경을 가진 보건복지 분야 장관은 32년 전의 진의종 전 장관뿐이다. 진 전 장관은 상공부(지식경제부 전신) 사무차관 출신이다. 임 후보자와 진 전 장관 사이에 보건복지부를 맡은 30명의 역대 장관들은 주로 정치인(손학규·김근태·유시민·전재희·진수희)이거나 보건복지 또는 예산 전문가들이었다. 그래서 관가에선 “보건복지부를 임채민에게 맡긴 건 이례적”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임 후보자를 적극 천거한 사람은 행시 동기인 임태희 대통령실장이다. 두 사람은 서울대 76학번 동기로 전공은 다르지만(임 실장은 경영학과, 임 후보자는 서양사학과) 대학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다.

 임 실장이 대통령실장을 맡은 2010년 7월 이후 정부 고위직 인사에선 24회들이 잘나가고 있다. 같은 해 8·8 개각 때 임채민 후보자는 지경부 차관에서 장관급인 국무총리실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발탁된 이현동 국세청장과 정선태 법제처장도 동기다. 같은 달 차관급 발령이 난 행시 출신 11명 중 3명(육동한·최원영·김희국)도 행시 24회다. 10월에 승진한 김석민 총리실 사무차장도 24회다. 특히 3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친 차관급 인사에서 발탁된 행시 출신 20명 중 10명(김화동·최규연·신제윤·김정관·최민호·박찬우·김태석·엄현택·이상길·우기종)이 행시 24회 동기다. 임 실장 체제 이후 행시 출신으로 차관급이 된 38명 중 16명이 그런 경우다.

 청와대와 관가에서 “임태희 실장 동기(24회) 중 장·차관을 못하는 사람은 바보”란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임태희 사단’을 만들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임 실장이 고위직 인사의 실무작업을 하는 책임을 맡은 대통령실장이 되기 전인 2009년 10월 차관급 인사에선 행시 22·23회, 지난해 3월엔 25회(6명 중 4명)가 주로 임명됐기 때문에 이런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임 실장과 행시 동기인 한 인사는 “우리 동기들이 장·차관을 목전에 둔 상황인 만큼 자연스럽게 많이 발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 행시 8회(강만수)·10회(윤증현)에서 올해 5월 23회(박재완)가 맡게 된 만큼 24회에게 장·차관직이 많이 돌아가게 됐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임 실장이 대통령실장이 된 뒤엔 그가 천거했든 안 했든 임 실장 또래의 사람들이 장관으로 기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청풍초·행정고시 24회=1980년 12월 19일 187명이 최종합격, 현직에 50여 명 정도 남아 있다고 한다. 관료사회에 맑은 바람이 되자는 의미에서 동기 모임에 ‘청풍초(淸風草)’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청풍초는 매년 한 차례 모임을 하는데 올 상반기 30주년 모임을 했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통령실 실장(제3대)
[前] 무소속 국회의원(제18대)

1956년

[現] 보건복지부 장관(제49대 내정)

1958년

[現] 국무총리실 실장(제4대 내정)

1959년

[現] 법제처 처장(제29대)

1956년

[現] 국세청 청장(제19대)

195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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