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토리우스 “이 다리로 시상대 서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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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1600m 계주 예선에 남아공 대표로 출전한 피스토리우스.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프리카공화국). 그는 첫 메이저대회 출전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금 그는 메달을 원한다.

 피스토리우스는 1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1600m 계주 1차 예선에 남아공 계주팀 1번 주자로 출전했다. 남아공 1600m 계주팀 6명 가운데 4명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1번 레인에 배정된 피스토리우스는 첫 바퀴를 중위권으로 들어와 바통을 넘겨 줬다. 2번 주자인 오펜스테 모가와네(29)가 역주해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렸다. 마지막 주자인 셰인 빅토르(23)가 순위 싸움에서 밀려 3위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남아공은 2분59초21로 자국 신기록을 세우며 미국(2분58초82)·자메이카(2분59초13)에 이어 조 3위(전체 3위)로 결승 진출권을 얻어 냈다. 피스토리우스는 “팀원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경기를 펼쳤다”며 공을 팀원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피스토리우스가 결승에도 출전할지는 알 수 없다. 1600m 계주 결승은 2일 오후 9시15분에 열린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까지 참가할 선수와 순서를 조직위에 통보하게 돼 있다. 남아공 1600m 계주팀에서 이날 뛰지 않은 2명의 선수 중 L J 판 질은 피스토리우스보다 400m 개인 최고기록이 앞선다. 남아공 계주팀이 더 나은 성적을 원한다면 피스토리우스가 출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피스토리우스가 결승에 출전해 메달을 따낸다면 당당히 시상대에 오른다. 출전하지 않아도 팀이 3위 안에 들면 메달은 받는다. 계주 엔트리에 등록된 선수 모두에게 메달을 주기 때문이다. 피스토리우스도 시상대에 서기를 원한다. 그러나 남아공의 팀원으로서 결승에 진출한 사실만으로도 그는 이미 역사를 썼다.

대구=오명철 기자

◆피스토리우스가 1번 주자로 나선 이유=1600m 계주에서는 1번 주자만 스타팅 블록에서 출발한다. 스타트가 좋은 선수를 배치한다. 의족을 하는 피스토리우스는 스타팅 블록을 차고 나가는 힘이 약해 불리하다. 그러나 “피스토리우스가 계주에 출전하면 다른 선수와 충돌 할 위험이 있으니 1번 주자로 나서야 한다”는 국제육상연맹의 권고에 따라 1번 주자로 나섰다.

◆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특별취재팀=장치혁(팀장)·한용섭·허진우·김종력·오명철·김우철(이상 취재)·이호형·조문규(영상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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