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영세 사업자도 ‘고객 감동’ 경영이 중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

사람에게는 손해 보는 것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심리가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비용을 지불한 것 이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수준이 좋기를 기대한다. 사업자는 사업자대로 최소 이익은 보전하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린다. 손해에 대한 저항이 강한 곳일수록 불만과 분쟁도 커지기 마련이다.

 대다수의 소비자는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으면서 고객 서비스까지 만점인 상품이나 서비스는 돈을 받고 써주는 사용 후기에서나 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파워블로거의 대가성 광고 행위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비용을 지불한 만큼의 기대치도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서 불만을 제기하면 ‘난 모르니 알아서 하라’는 식의 일방통행형 사업자들도 있다. 서민들이 자주 접하는 생활밀착형 영세 업종인 세탁소·이사업체·카센터·여행대리점·미용실 등의 일부 사업자들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2009년 말 기준으로 국내 중소·영세 사업자는 전체 기업 수의 총 96.7%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 영세사업자만 보더라도 88.4%로 규모의 영세성에도 불구하고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하지만 소비자 권익 측면에서 보면 해당 사업자의 노력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총 소비자피해구제 건수 중 약 3분의 2가 중소·영세사업자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피해금액의 약 40%도 중소·영세 사업자의 판매로 인한 것이다. 피해 품목으로는 ‘의류·섬유’가 가장 많으며, 이어 ‘여행 등 오락 서비스’ ‘세탁 서비스’ 순이다.

 영세한 업종일수록 문제가 생기고 분쟁이 발생하면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에서 하듯 소비자상담실을 따로 두거나 소비자불만자율관리프로그램 등을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중소·영세 사업자의 경영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고서는 소비자의 불만이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가치창출 자원으로서의 소비자 참여가 아닌 소비자 중심의, 소비자 친화적 관점에서의 직접 소통과 참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건의 중소·영세 사업자의 경우 ‘소비자 관점에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이를 위해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부터 중소·영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해당 업종의 소비자정보를 담은 ‘소비자친화경영 매뉴얼’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또 소비자친화경영 관련 종합정보제공 사이트 운영, 사업자를 위한 소비자정보 뉴스레터 발간,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영세 사업자는 어떻게 하면 소비자의 불만을 줄이고 피해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지,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소비자 정보를 담은 소비자 친화경영 매뉴얼이 도움이 될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고 행동으로 소비자에게 감동을 준다면 상생과 성장의 단초는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부도 금융·기술 지원과 함께 중소·영세 사업자가 시장에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한몫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