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복지대책 비현실적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우리는 복지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는 데는 일단 동의한다. 양극화 심화로 취약계층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복지에 덜 신경을 쓴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문제는 증가 속도와 지원 범위다. 속도가 너무 빠르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지속가능한 복지가 될 수 없다. 부자까지 도와주는 보편적 복지를 하면 복지의 사각지대에 충분한 지원을 할 수 없다. 민주당이 엊그제 발표한 ‘보편적 복지 재원 조달 방안’에 문제가 많다고 보는 이유다.

 민주당은 정부 예산 가운데 33조원을 더 복지에 쓰기로 했다. 무상 급식과 무상 보육, 무상 의료, 반값 등록금 등 이른바 ‘3+1’을 실현하기 위해서라지만 엄청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올해 우리나라의 복지 관련 예산은 86조여원으로 총예산(309조원) 중 28%다. 여기에 33조원을 더하면 복지예산 비중은 무려 40%가 된다. 비정상적인 예산 편성이 아닐 수 없다. 이래서는 정부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민주당은 또 증세하지 않고도 33조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했다. 대형 국책사업을 재검토하고, 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비과세 감면 등을 폐지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역시 비현실적인 주장에 가깝다. 민주당도 그동안 개발 공약을 남발하고, 비과세 감면 폐지에 적극 반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진보진영 내에서도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보편적 복지를 하려면 33조원도 모자랄 수 있다. 예컨대 민주당은 8조원이면 무상 의료가 가능하다지만, 실제론 15조원 이상이라는 추정도 많다. 이 경우 국민 부담률이 급증하고, 복지에 대한 저항이 높아질 것이다. 중요한 건 복지의 이념 논쟁이 아니고 복지의 사각지대부터 없애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지속가능한 복지가 가능하다. 복지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이 점을 명심하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