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금붕어보다 미꾸라지 자처한 일본 새 총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재무상이 일본의 새 총리가 됐다. 집권 민주당 경선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노다는 어제 중의원과 참의원 표결을 거쳐 95대(代) 총리로 확정됐다. 대지진의 후유증 속에 방향을 잃고 표류 중인 일본호(號)의 새 조타수로서 그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안팎의 풍랑을 잘 헤쳐나가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바란다.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근래 일본 총리는 자주 바뀌고 있다. 노다 총리는 최근 5년 새 여섯 번째 총리다.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집권당 내 계파 간 합종연횡에 의해 총리가 결정되는 일본의 파벌정치가 변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그 결과 총리 선출은 민심과 유리된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총리 적임자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노다가 기록한 지지율은 4%에 불과하다. 취약한 지지기반을 극복하고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1년짜리 단명(短命) 총리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일본은 물론 세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노다 총리는 지진 복구 사업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 국가부채 감축 등 국내 현안부터 잘 풀어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대외정책이다. 보수우익적인 그의 역사 인식이 한·일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A급 전범은 이미 사면됐거나 형이 집행됐기 때문에 그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주변국에 입힌 상처를 망각한 위험하고 무책임한 역사인식이다. 그는 독도 문제에서도 강경한 입장이고, 재일동포 지방참정권 부여에도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총리라는 자리에 걸맞은 책임 있는 역사인식을 촉구한다.

 일본의 차세대 지도자 양성소인 ‘마쓰시타(松下) 정경숙’ 출신 첫 총리인 그는 화려함과 거리가 먼 인물이다. 스스로를 미꾸라지에 비유하고 있다. 그는 “(얼굴이 이래서는) 미꾸라지가 금붕어 흉내를 낸다 해도 별 수 없다”며 “미꾸라지처럼 촌스럽게 국민을 위해 땀 흘리며 정치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도를 걷는 성실한 자세로 산적한 현안을 풀어가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대외정책에서도 그런 자세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