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경제다] 5 연·기금 수술 더 늦추면 큰탈날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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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늦었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수술하지 않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국책연구기관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문형표(文亨杓)연구위원은 부실이 심화되고 있는 연.기금 문제를 이같이 진단했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도 연.기금 제도를 하루빨리 손질하지 않으면 제2의 경제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처럼 방치해두면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지난 1997년처럼 국가부도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네차례 경제위기를 겪었던 멕시코의 경우 세차례는 심각한 재정적자가 부른 것이며, 1998년 브라질의 경제위기도 연금개혁 실패에 따른 재정 위기에서 비롯됐다.

KDI가 지난해 8월 만든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제도를 현행처럼 유지할 경우 올해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적자폭이 2001년 1조4천5백50억원, 2010년엔 5조9천5백억원, 2015년에는 14조 1천7백40억원으로 각각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이 구멍난 부문을 예산으로 메울 경우 엄청난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다는게 KDI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4.13총선을 앞두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관련된 잠재적 채무 1백86조원도 국가 채무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부채 분류에 관한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고, 특히 덩치가 가장 큰 국민연금은 적자가 나지 않을 것이라며 야당 주장을 반박했었다.

전문가들은 야당 주장이 지나쳤던 것은 사실이나 연금 문제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文 연구위원은 "현재 일원화돼 있는 국민연금 제도를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조속히 2원화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기초연금은 국민들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되 소득비례연금은 민간보험 원칙에 따라 낸만큼 받아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필요하다면 재정 건전화를 위해 국민연금제도를 아예 민영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밖에 사업주에 큰 부담을 주고있는 퇴직금을 기업연금으로 전환해 국민연금과 연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연.기금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김동건 교수는 "미국은 인터넷을 통해 연.기금의 실상을 정확히 국민들에 알리고 있다" 면서 "정부는 연.기금의 실상을 공개하고 국민들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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