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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9억 수수 의혹’ 현장검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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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명숙 전 총리의 ‘9억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와 관련해 재판부의 현장검증이 29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한 전 총리의 자택 앞 도로에서 열렸다. 변호인단이 “도로 폭이 좁아 차를 세워두고 기다리기가 어렵다”고 주장해 검찰과 공방이 벌어지자 양측이 줄자로 도로 폭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로 떠오른 한명숙(67) 전 총리의 재판에 야권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우진)의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9억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 재판에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총리, 민주당 백원우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 정세균 최고위원,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 전병헌·원혜영·이미경 의원이 방청석을 지켰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변호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범야권 인사 10여 명이 한꺼번에 법정에 모인 것은 지난해 12월 첫 재판 이후 처음이다. 한 전 총리 측은 7명의 변호인이, 검찰 측도 4명의 수사 검사가 모두 참석했다.

29일 열린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공판에 참석한 김원기·유기홍 전 의원, 한 전 총리, 민주당 김상희·박지원 의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함께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왼쪽부터). [연합뉴스]

 재판에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번복한 한만호(50) 전 한신건영 대표가 변호인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도 그는 “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줬다고 거짓진술을 했다”며 “ 돈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오후 5시부터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풍동 한 전 총리의 자택 앞 도로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한 전 총리 집 앞 도로에서 차를 몰고 온 한 전 총리와 만나 돈이 담긴 여행용 트렁크를 내 차에서 꺼내 한 전 총리 차 뒷좌석에 실어 줬다”는 한 전 대표의 진술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이 현장검증에선 전달됐다는 돈 무게를 감안해 20㎏ 정도로 만든 여행용 트렁크를 차에서 꺼내 3m 앞에 정차한 또 다른 차의 뒷좌석에 싣는 장면을 재연했다. 51초~1분10초가량이 걸렸다. 현장에서 한 전 총리 측 백승헌 변호사는 “이 도로는 일반적인 편도 1차로보다 좁고 턱이 있어 차를 세우고 기다리기가 부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응석 검사는 “한 전 대표는 검찰에서 이 길은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 차를 세워 놓고 기다리는 데 문제가 없다고 진술했다”며 “ 한 전 총리에게 전화하고 만나기까지 5~10분이면 충분한 만큼 차를 대놓고 기다리는 것이 부자연스럽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에 백 변호사는 “다른 도로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차가 세워진 것이 훤히 보여 돈을 주고받을 장소라고 할 수 없다”고 받아쳤다.

 ‘9억원 재판’은 다음 달 19일 피고인 신문과 검찰의 구형 등 결심(結審)이 열린다. 10·26 보궐선거 전 판결 선고 가능성이 크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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