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휴대전화 1t에 금 400g … 폐자원 재생=돈·일자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쓰레기가 돈이 되는 시대다. 환경보호를 위해 분리수거해 재활용하는 수준이 아니다. 걸러지고 남아 매립지에 묻히는 폐기물조차 에너지로 만들고 있다. 쓰레기를 가공해 자원을 만드는 신개념 연금술이다. 버려진 전자제품은 금광석보다 귀하다. 실제로 천연광석 1t에선 금 5g을 얻는 데 반해 폐휴대전화 1t에는 80배나 많은 금 400g이 들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은 3㎏, 구리 100㎏, 주석 13㎏, 리튬 5㎏을 생산할 수 있다. 폐기물을 이용하면 광산에서 금을 캘 때보다 에너지를 60~95% 절감할 수 있다. 일본은 도시광산이라 할 만큼 70~100%에 이르는 금속을 재활용하고 있다. 천연자원이 없어도 쓰레기만 잘 가공하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폐기물로 만든 에너지는 생산단가가 태양광의 10%, 풍력의 66% 수준으로 저렴하다. 폐기물을 폐자원이라 부르게 된 이유다. 기후변화와 자원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쓰레기를 주요 자원으로 인식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속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에너지로 폐자원이 각광받고 있다.

 독일은 1980년 세계 최초로 폐기물의 연료화 기술을 개발해 연간 300만t 이상의 고형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네덜란드·스웨덴·핀란드도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총에너지의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신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너지 수요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데다 단위 면적당 쓰레기 발생이 유독 높아 폐자원 이용이 절실하다. 현재 우리나라엔 6000여 개의 폐기물 처리업체가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폐자원으로 얻은 에너지는 512만toe(각종 에너지원들을 원유 1t이 발열하는 칼로리를 기준으로 표준화한 단위). 이는 4인 기준의 약 660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환경부는 2009년 ‘폐자원 및 바이오매스 에너지대책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사업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먼저 2013년까지 가연성 폐기물의 47%, 유기성 폐기물의 26%를 에너지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고형연료 제조시설 20개와 전용보일러 6개, 건설폐기물 연료화시설 1개를 설치한다. 환경부는 원유를 대체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비용으로 2013년까지 1조1318억원의 경제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폐자원 에너지화를 위한 시설을 위·수탁받아 설치 지원사업을 펴고 있는 한국환경공단은 올해 가연성 3개소, 유기성 5개소를 착공한다. 이 시설을 건설하면 3만6000여 개의 일자리가 발생하는 효과도 있다. 폐자원 에너지화 사업이 각광받으면서 지자체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전국 8개 권역에 13개 환경에너지 종합타운이 조성되고 있다. 폐기물을 에너지로 만드는 시설이 한 지역에 연계돼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저탄소 녹색마을 조성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주연 기자

▶중앙일보·환경부 공동기획 ‘그린 골드’ 시대 ① 탄소가 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