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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경제다] 4. '짝짓기만이 살길' 이심전심

중앙일보

입력

18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저동 쌍용글로벌센터. e-프리넷.중도전자.H&T 등 이름도 생소한 20여개 벤처기업 사장들이 모였다.

㈜쌍용이 추진중인 PC의 생산과 마케팅 사업을 공동으로 하기 위해 제휴했다.

그 전날 17일 신라호텔에선 삼성물산과 국내 벤처기업인 인포뱅크, 일본의 인터넷 인프라 기업인 IIJ사가 무선 인터넷 사업을 하기 위해 모였다.

같은날 현대종합상사는 홈TV 인터넷사에 5억원을 출자한 데 이어 인터넷 TV 방송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전통적인 제조업체와 신흥 벤처기업간 전략적 제휴가 활발하다.

기술개발과 제품 생산은 벤처기업에게 맡기고 대기업은 자금 조달과 마케팅만 담당한다.

합작 형태로 공동 사업자가 되는가 하면, 라이벌 기업끼리 손을 잡는 등 형태도 다양하다.

인터넷 사업과 전자.정보통신.바이오 등 벤처산업은 이제 더 이상 벤처기업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종합상사.전자회사.유화 제조업체.재래시장 등 전형적인 오프라인(off-line)기업들이 빠르게 온라인(on-line)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온라인 기업들 전통 업종과 제휴해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대기업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견실한 벤처기업을 회원사로 받아들이는 한편 세계 벤처박람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재래업종 기업들이 가장 서둘러 진출하는 분야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e-비즈니스 영역. 대표적인 전통 제조업체인 섬유 업체(코오롱.효성.새한.삼양사 등)도 최근 e-비즈니스팀을 구성하거나 기업간 전자상거래를 위한 포털사이트 구축에 나섰다.

동대문의류시장은 외국 도매상에게 상품을 소개하고 주문을 받는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전자상거래 전문업체 등 10여개사와 지난 14일 제휴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정기붕 연구위원은 "e-비즈니스는 기업들이 활동영역을 가상세계까지 확장하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기존 제조업체도 포기할 수 없다" 고 말했다.

건설업체는 인터넷 환경을 갖춘 사이버 아파트 건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 주택부문을 주축으로 하나로통신 등 13개사가 제휴한 '씨브네트' , LG건설이 대주주로 참여하고 8개 건설업체와 17개 벤처기업이 제휴한 '이지빌' 은 아파트 건설에 건설업체와 벤처기업이 제휴한 대표적 사례.

전통적 제조업체들은 또 자기 업종의 기술을 높일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한 벤처에 투자하는 등으로 협력하고 있다.

현대.삼성.LG 등은 올해 1천억~7천억원대의 벤처투자 계획을 세웠으며, 자사 제품의 생산기술을 높일 수 있는 신기술에 중점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온라인-오프라인 업체가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달부터 인터넷을 통한 자동차 판매에 나설 대우자동차의 경우 일반 대리점과의 갈등으로 인터넷 판매의 장점인 가격할인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신 보험 등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현대.기아차는 온라인 자동차 판매에 반발하는 자동차 대리점과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아직 나서지 못하는 형편이다.

가전업체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미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LG전자는 대리점의 반발 때문에 할인판매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다.

e-비즈니스 환경이 빠르게 조성되면서 일부 중소 제조업체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대기업들이 세계 어느 곳에서든 질좋고 가격이 맞는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글로벌 소싱이 가능해지면서 중소 제조업체로선 이제 세계 기업들과 무한 품질경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과도기적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결국 신생 온라인 기업과 기존 오프라인 업체가 공존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구(舊)경제 기업과 연계된 닷컴, 인터넷 비즈니스로 기존 제품의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높인 구경제가 새로운 기업 모델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파는 제품과 기존 대리점에 공급하는 제품을 분리하거나 대리점에서 자체 인터넷망을 확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 이라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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