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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 사물패와 다문화가정 아이들, 호치민 덩더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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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25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호치민시 중심가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 ‘다문화 언어영재와 함께하는 포스코 해외 문화원정대’ 공연 피날레에서 객석에 인사하는 참가자들. 왼쪽부터 문화원정대 김병일 어린이, 김덕수 ‘사물놀이 한울림’ 예술감독, 홍경원 어린이, 남식 포스코 베트남 법인장, 홍효열 어린이. [사진가 박형길]


“게겡게겡 겡게겡, 둥둥 둥기덕 덩 덕 딱, 쿵다닥 쿵다닥 쿵 덕 덩, 우잉~”

 꽹과리가 지저대고 장구와 북이 울고 나자 징이 긴 호흡으로 퍼져나갔다. 25일 오후 7시 30분(현지시간) 베트남 호치민 중심가에 자리한 오페라하우스. 김덕수(59) 예술감독이 이끄는 ‘사물놀이 한울림 예술단’이 한바탕 사물(四物)을 놀며 극장 중앙 통로로 들어서자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이 고개를 길게 빼고 신기한 듯 소리를 좇았다. 무대 위에는 한국식 굿상에 베트남 쌀과 과일이 차려지고 향이 피워졌다. ‘문굿’에 이어지는 ‘비나리’에서 김덕수씨는 베트남 여성사회자 린(25)씨와 나란히 두 나라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역사적 아픔(베트남 전쟁)을 나눈 양국 국민이 평화롭게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기를 기원하며 판을 시작하겠습니다.”

 포스코가 주최하고 한국메세나협의회(회장 박영주)와 호치민 한국문화원(원장 오덕)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다문화 언어영재로 이뤄진 ‘포스코 해외 문화원정대’가 함께 해 뜻이 깊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를 둔 초등학생과 중학생 7명이 엄마의 나라 베트남을 찾아 문화를 체험하고 사물놀이 팀과 나란히 무대에 섰다. 이날 해외 원정대가 한국민요 아리랑에 이어 베트남민요 ‘꽈 카우 여 바이(사랑을 나눠요)’를 부르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호치민 한국국제학교 풍물놀이팀 11명도 한국에서 온 동생들을 도와 ‘쿵더덕 쿵덕’ 소리반주를 넣었다.

 이날 본공연에 앞서 연 기자회견에서 김덕수씨는 한·베트남 두 나라 사이의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특별한 행사인 만큼 베트남 방송 3사와 신문사 8곳이 관심을 보인 이 자리에서 김씨는 “양국의 피를 나눠 가진 아이들이 우리가 하지 못했던 깊은 교류와 진정한 협력의 새 세기를 열어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해외원정대로 참여한 김병일(10· 충남 아산시) 어린이는 “엄마의 나라 문화를 공부해 부모님을 더 행복하게 해드리고 한국과 베트남에 다 도움 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답했다.

 3박4일 일정 동안 베트남 수상(水上) 인형극을 관람하고 베트남 문화를 주제로 한 강연을 들은 해외 문화원정대 아이들은 반쪽 모국의 아름다움을 느낀 듯 간단한 베트남어를 배우고 공책에 본 것들을 기록하는 듯 한층 밝아진 모습이었다. 전쟁박물관을 관람하면서는 베트남이 겪은 전쟁에 대해 안내해준 해설자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곰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만나는 이들에게 “신 짜오(안녕하세요)” “신 깜온(감사합니다)”을 외치며 한마디라도 더 외우려 애쓰는 모습도 보여줬다.

 포스코 해외 문화원정대는 4년에 걸쳐 준비된 다문화 가정을 위한 기획 프로그램. 제1기인 베트남 언어영재에 이어 몽골, 중국 등으로 범위를 확대해 갈 예정이다.

 오후 9시가 넘어 오페라하우스는 떠나갈 듯 공연장을 울리는 사물놀이의 풍물 소리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어 돌아치자 김덕수씨는 “이들 소년소녀와 함께 호치민에 찾아온 이유는 평화를 위해서”라며 “이 젊은 피가 있기에 베트남과 한국은 요즘 말로 대박날 것”이라고 덕담했다. 이에 화답하듯 객석에서는 “얼씨구, 좋다”라는 추임새가 터져나왔다.

호치민(베트남)=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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