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주가 폭락후 임직원에 '자사주 매입 운동'

중앙일보

입력

17일 주가가 폭락하자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일부 기업은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검토 중이며, 종업원들을 상대로 '자사주 사기 운동' 을 벌이기로 했다.

제조업체들은 주가 하락 사태가 오래 갈 경우 설비투자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며 투자 우선순위 점검에 나섰다.

특히 하반기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대기업들은 상환자금 마련 대책에 골몰하는가 하면, 일부 기업들은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우려하고 있다.

◇ 주가관리 비상〓기업들은 서둘러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발표한 3천억원어치 무상 소각 방침에 따라 17일부터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떠받치기로 했다.

LG상사는 현재 운영중인 자사주 매입펀드 2백억원으로는 주가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매입펀드 규모를 늘리는 한편,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현대정공은 정몽구 회장의 지분율 확대와 주가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5백억원어치 사들이기로 했다.

㈜한화.삼성물산도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현대정공 등 일부 업체들은 임직원들을 상대로 회사 주식을 사자는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일부 제조업체는 저평가된 주가를 반등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기 위해 기업설명회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주가가 폭락 이후 회복하는 과정에서 '가치주' 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달 중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남양연구소에서 기술설명회를 갖기로 했다.

◇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기업들은 이번 폭락 사태가 수습되더라도 증시 주변의 불안심리 때문에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부채비율 2백%를 지키려면 은행 차입도 여의치 않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집중적으로 발행한 회사채가 대부분 올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온다.

재계는 하반기 중 5대 그룹에서만 30조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LG 등은 이 자금을 주식매각이나 증자로 조달할 계획이라서 현 상태가 장기화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것.

내년부터 대기업의 계열사에 대한 출자제한 규정이 발효함에 따라 올해 안에 주식처분과 증자를 검토한 기업들도 이 방법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고 고심하고 있다.

◇ 외국인 이탈.적대적 M&A도 걱정〓외국인 지분이 높은 기업들은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이 54% 안팎인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국인 지분 대부분이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가 아니라 장기투자 차원의 우호지분" 이라고 강조했다.

중견 그룹들은 주가가 더욱 떨어지면 외국인의 지분 인수가 더 쉬워져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모 기업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이 15% 미만인 회사들은 대부분 수천억원만으로도 대주주 지분을 획득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대주주 지분이 10%대인 D사의 안모 부장은 "자사주 펀드의 취득 여력도 없어 임직원들에게 우리사주 갖기 운동을 벌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고 말했다.

양선희.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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