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미국증시 나스닥중심 침체국면 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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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주들이 주로 거래되는 나스닥시장을 비롯한 미국 증시는 이번 주가 대폭락 사태를 계기로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증시는 이번 미국발 대충격으로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겠지만 다음주인 이달 말께 증시의 바닥을 확인한 다음 다음달 초부터는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증권이 17일 내놓은 `나스닥의 주가 폭락과 한국 증시에 대한 영향 점검'이라는 긴급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증시는 나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이미 침체국면에 진입했다.

미국에서는 주가지수가 고점 대비 20% 정도 하락할 경우 조정국면으로 보고 있으며 20% 아래로 추가 하락하면 침체국면(Bearish Market)에 본격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첨단기술주들의 비중이 70%를 차지하고 있는 나스닥시장은지난 주말 하루 만에 9.67% 대폭락한 것을 포함해 지난 한 주 동안 무려 25.3%나 하락했다.

미국 증시가 87년 10월19일 11.35%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블랙 먼데이'를 연출한 이후 지난 주말 나스닥이 사상 두번째의 하락률을 보인 것은 첨단기술주에 대한거품론 때문이다.

곳곳에서 불거져 나오는 미국 증시 거품논쟁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첨단기술 관련 기업들이 높은 수익을 계속 올리고 미국 경제가 저물가를 유지해 저금리 체제가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지난 주말 발표된 3월중 소비자물가가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치인 0.5%수준을 훨씬 웃도는 0.7%로 껑충 뛰어오르는 등 인플레 압력이 커지자 투자자들이두려움을 품게 됐다.

이 두려움에 불을 지핀 것은 나스닥지수가 5,048포인트를 기록한 지난달 10일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온 각종 악재들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됐다는 점이다.

90년대 들어 나스닥지수가 30% 가까이 떨어진 것은 지난 98년 하반기 이후 이번이 두번째로 당시에는 러시아 금융위기와 남미의 금융시장 불안,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의 파산 등 외부적 충격이 직접적인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폭락은 미국 경제의 내부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이번사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미국 경제 내부의 불안 요인을 확실하게 제거해야 한다.

이와 관련,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유지할 경우 하반기부터는 물가수준과 함께 증시도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90년대 하반기 이후 세계 증시의 특징이 미국 중심의 첨단기술주들을 중심으로하는 주가 동조화 현상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증시도 미국 증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식 삼성증권 투자전략가는 "한국 증시도 미국 못지않게 첨단기술주 기업의시장 비중이 커졌다"면서 "당분간 국내 증시는 미국의 주가 동향에 철저히 연동될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선 결과에 따른 정치적인 불안감과 증시내 수급 불균형 등 내부적인 불안요인을 감안할 경우 이달 중순에서 다음달 초 사이가 최악의 국면으로 바닥을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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