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폭락여파 매도세이어져 추가하락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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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는 14일 폭락의 여파로 이번 주초에도 일단 매도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월가의 낙관론자들은 이번 주 중반 미국 증시가 바닥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그전에 마진콜(신용증거금 대출 상환요청)에 직면한 투자자의 신용매물 출회로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가들은 전했다.

모건 스탠리 딘 위터사의 피터 카넬로 투자전략가는 "이번 주는 약세장으로 출발해 일부 마진콜에 따른 신용거래물량이 출회될 것으로 보인다"고 16일 전망했다.

그는 "이번 주 중반 주가가 바닥을 찍으려는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이것이 반드시 기술주의 반등을 의미한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신경제' 주의 조정이 올해말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증시에 확실한 호재로 작용했던 기업의 실적증가 발표도 주가 하락을 중단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인텔사를 포함해 S&P 500지수내 약 200개 기업이 앞으로 5일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경우 예상을 웃도는 실적발표에도 불구하고 지난 15일 1-1/4달러가 하락한 76-1/2달러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에 대해 조셉탈 라이온&로스의 래리 라이스 수석투자담당은 "지나친 불안심리가 실적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뉴욕 H.D. 브라우스사의 앨런 뉴먼 기술분석가 역시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기 전까지 주가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하강국면이 지속될 것이나 단기시일내에 바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매일 같은 비율로 하락만 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증시의 다우공업지수는 14일 기술주는 물론 최근 상승했던 금융주까지도 큰 폭으로 하락함에 따라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617.78포인트(5.66%) 하락한 10,305.77로 마감됐고 나스닥지수 역시 사상 최대 낙폭을 보이며 355.49포인트(9.67%) 하락한 3,321.29를 기록했다.

이같은 주가 폭락을 촉발시킨 것은 최근 5년 이상의 기간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발표였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는 분석가들의 전망을 크게 뛰어넘는 0.4% 상승했으며 이같은 최근 의 급격한 주가 등락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심리에 불을 질러 투매양상을 몰고 왔다.

또 식품과 에너지부문을 제외한 핵심소비자물가는 0.4%나 상승하면서 95년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소비자물가 상승은 오는 5월16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회의에서 연준리가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최근까지 주식시장에서는 연준리가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인상폭은 0.25%포인트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한 분석가는 "가장 우려되는 점은 시장관계자들이 연준리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이번 소비자물가 발표로 "금리가 0.25%포인트 이상 인상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고 덧붙였다.

시장관계자들은 그러나 이같은 우려와 주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블루칩에 대해 밝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특히 美 국채시장의 강세와 이에 따른 수익률 하락이 금융업종 등 금리에 민감한 종목들의 상승에 일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에 기술주는 시장이 신경제주에 대한 적정가치를 평가할 때까지 당분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높은 성장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종목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한 분석가는 "투자자들이 다시 증시로 돌아오는 것을 보게될 것"이나 "3개월전 만큼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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