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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시폭락, 아시아 경제회복 강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증시의 대폭락으로 수출주도형인 아시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분석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14일 주가 폭락 사태는 지난달 물가의 대폭 상승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예상보다 더 급격히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주가가 폭락함에 따라 그동안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인플레 압력의 근원으로 지적해온 "부의 효과"가 줄어들면서 향후 주식시장 동향과 FRB의 행보를 확실히 점치기는 어렵게 됐다.

만일 월 스트리트의 주가폭락이 일시적인 것으로 판명될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현재와 같은 주가약세가 고착화되고 FRB가 긴축기조를 계속할 경우 아시아 경제는 더욱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한 펀드 매니저는 분석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미국의 상황이 아시아에 큰 위협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점치는 분석가들이 더 많은 듯하다. 베어 스턴스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맬패스는 "세계적인 증시 조정은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미국 경제의 강력한 성장과 다른 주요지역의 전망 개선이라는 전체적인 틀을 바꿔놓지는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윌리엄 오버홀트는 "아시아 경제는 이미 상승궤도에 올랐으며 미국경제의 초고속성장이 둔화된다고 해도 이 지역에재앙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성장세 둔화가 수출이 주도하는 아시아 지역의 성장을 저해할 것임은 명백하지만 미국 경제의 붕괴를 막아 한국,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의 경제를 건실하게 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에 아시아 시장에 미칠 위험성이 과소평가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는 분석가들도 적지 않다. HSB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프리 바커는 아시아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수출이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 증시 폭락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9개월 뒤에나 나타나겠지만 아시아 각국은 수출 의존도를 낮추게 될 것이며 또그래야 한다고 밝혔다.

드레스너 클라인보르트 벤슨의 지역전문가 션 더비는 "미국 소비자들이 아시아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왔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수출의 급격한 감소를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체질을 갖추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아시아의 주식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견해는 엇갈리고 있지만 지금이야말로 삼성전자와 대만의 반도체업체 TSMC와 같은 아시아의 우량주식을 살 기회라고 밝히는 분석가들이 많다.

노무라의 오버홀트는 "특히 한국, 대만, 홍콩에서는 공상과도 같은웹사이트 사업에 그리 깊이 빠져있지 않으며 반도체와 그밖의 부품 생산에 주력하고있다"면서 미국 증시의 조정이 아시아에는 좋은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에 모회사를 두고 있거나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미국 증시 폭락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경우 미국에 대한 투자가 힘의 원천으로 간주됐으나 이제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e트레이드는 지난달 80%나 주가가 하락한데 이어 14일하루에만 24%가 폭락했다.

(뉴욕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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