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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츠모토 레이지 (松本零士)②

중앙일보

입력

〈우주전함 야마토〉의 제작에 참여했던 애니메이터들은 후에 아니메의 중흥기를 가져오게 되는 〈기동전사 건담〉및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제작진이 되었으며 당시에는 어린이였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안노 히데야키는 〈우주전함 야마토〉의 방송 때마다 그것을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할 정도로 애니메이션에 심취하여 애니메이터로서의 꿈을 키웠다.

〈우주전함 야마토〉는 마츠모토의 만화를 그 원작으로 삼은 것이지만 처음에 마츠모토는 애니메이션 작업에 참여할 예정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부탁을 받고 우주선의 디자인에 참여 하다보니 스토리 조정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스탶진으로부터 아예 모든 부문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어 결국 애니메이션 작업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전함 야마토〉는 마츠모토의 분신과 같은 애니메이션이 된 것이다.

〈우주전함 야마토〉는 1978년에 새로운 TV시리즈를 탄생시킨다. 〈우주전함 야마토〉의 TV시리즈 제 10화에서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우주해적 하록 선장이 주인공을 맡은 〈우주해적 하록선장〉이 그것인데 주인공 하록 선장은 마츠모토 자신의 분신이었으며 여기에서 보여주는 남성적 로맨스는 이후 아니메에서 꾸준히 반복 활용된다.

〈우주해적 하록선장〉은 또다시 극장판 〈나의 청춘 아카디아〉를 태어나게 하는데 만들어진 시기와는 반대로 〈나의 청춘 아카디아〉가 우주해적 하록 선장보다 앞선 사건을 보여주면서 두 작품은 하나의 큰 스토리를 완성한다. 〈우주해적 하록선장〉이 나온 시기에 다른 한편에선 역시 마츠모토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TV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등장하는데 그 작품이 바로 〈은하철도 999〉이다.

이 작품은 4년여에 걸쳐 114편이 방송되고 다른 시리즈인 우주해적 하록선장과 천년여왕의 캐릭터들도 등장하며 여러 분야에서 후속작을 만들게했는데 마츠모토의 최고 걸작을 이야기할 때 레이지버스라고 하면 바로 이 작품을 얘기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마츠모토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스토리 메카디자인, 특유의 캐릭터, 미래에 대한 사상, 그리고 우주관에 이르기까지 마츠모토의 모든 것이 망라되어있다. 이 시리즈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다름아닌 메텔 이라는 여성 캐릭터였다. 라틴어로 어머니를 뜻하는 이름을 가진 메텔은 〈은하철도 999〉에 탑승한 데츠로를 도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별까지 여행을 같이한다.

기존에 있던 마츠모토의 여성캐릭터들은 모두 종합한 듯한 이 메텔은 마츠모토에 의하면 유럽과 일본 여성의 합성이다. 특히 50년대에 등장한 프랑스 영화인 〈나의 청춘 마리안느〉의 여주인공 마리안느 홀드에게서 그 이미지를 따온것인데 마츠모토는 사춘기 시절 마리안느 홀드의 팬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사춘기시절의 추억을 살려 만들어낸 것이 바로 메텔이라는 캐릭터였다. 때때로 일본의 유명한 작가인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애니메이션 작가인 스기이 기사브로가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고 초시공요새 마트로스 의 가와모리 쇼지가 미야자와 겐지의 일대기르 겐지의 봄이라느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만듦)과 혼동되는 〈은하철도 999〉는 그러나 증기기관차가 등장한다는 점을 빼면 전혀 다른 내용이다. 오히려 〈은하철도 999〉에서는 스토리의 내용이 잔인할 때도 있는데, 예를 들어 데츠로의 엄마는 카운트 메카(Count Mecha:육체는 기계이고 정신은 인간인 것, 인간의 영원한 생명을 얻은 형태를 말함)에 의해 살해당하고 그 몸은 박제가 되어 버린다는 내용도 있다.

〈은하철도 999〉는 데츠로라는 소년이 영원한 생명을 찾아 메텔이라는 신비한 여인과 함께 여행을 한다는 로드 무비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주제와 소재의 측면에서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은하철도 999〉는 스토리 자체로도 즐길만한 것이지만 그 안에는 젊은이의 가능성에 대한 추구도 내포되어있다.

데츠로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 우주로 향하는 것은 당시의 일본 젊은이들에게 꿈과 이상을 가지고 그것을 향해 노력하라는 마츠모토의 충고였다. 그리고 카운트 메카로 이루어진 영원한 생명이라는 것은 당시로는 획기적인 개념이었으며 1966년 사이보그 009와 80년대의 사이버 펑크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사이버 펑크가 암출한 미래에 대한 묵시론적 세계관을 보여주는것에 반해 마츠모토는 미래의 인간이 어떻게 변화하든지 간에 정작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서 얻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라고 단정짓는다. 그리고 나서 미래의 인류는 옳은길을 선택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미래관을 보여준다.

〈은하철도 999〉이후에 마츠모토는 은하철도와 하록선장의 중간 형태인 〈천년 여왕〉을 만들었고 같은 시기에 우주해적 하록선장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나의 청춘 아카디아〉(이 제목도 프랑스 영화 '나의 청춘 마리안느'에서 따온것임)를 내놓았다.

특히 친구인 하록을 위해 그의 우주선인 아카디아의 영혼이 되기로 결심한 도치로가 자신의 목숨을 버리기까지의 고통을 보여주는 〈나의 청춘 아카디아〉는 마츠모토 스타일인 남성적인 로맨스의 완성형이기도 한데 우주선의 영혼이 된다는 부분은 후에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에바 1,2호기와 중앙 컴퓨터 마기에 인간의 영혼이 입혀진다는 내용으로 인용되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언급한 마츠모토의 작품들은 언뜻 다른 시간적 배경과 다른 공간적 배경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따로 작품화한 것 같지만 좀더 주의깊게 살펴보면 조금씩 꼬이고 느슨하게 접합되어 있긴 하지만 끝없는 신축성을 가진 연속성으로 레이지버스 (Leijiverse)안에서 명확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Leijiverse는 다시 말해서 어린 시절 우주를 동경했던 마츠모토가 자신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또 다른 우주인 셈이다.

마츠모토는 실제 삶에 있어서도 일본 내에 300여 명의 회원들을 거느리고 있는 모임인 YAC(Young Astronauts Club)의 의장을 맡음으로써 우주를 향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의 우주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는 최근의 사례하나를 소개한다. 최근 들어 그는 실제로 우주와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데 그것은 바로 일본 우주왕복선인 마모루 모리호에 자신의 손목시계를 띄워보낸 것이다. 그 시계는 마츠모토가 수십년간 차고 다녔던 것으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것이었다. 마츠모토는 자신이 있는 곳이라면 항상 그 시계가 있었으므로 그 시계가 갔던 곳이면 자신도 언젠가는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데스카 오사무가 일본애니메이션의 개척자라면 마츠모토 레이지는 일본에 본격적인 애니메이션붐을 몰고온 장본인이다. 〈우주전함 야마토〉를 필두로 〈은하철도 999〉 〈천년여왕〉 〈캡틴하록〉 〈에메랄더스〉 등에 이르기 까지 SF와 환타지를 배합시킨 작품으로 70년대 일본만화 애니메이션계를 평정했다.

그는 야마토로 인해 다시 재기 하였고, 1977년 부터 연재한 〈은하철도 999〉가 세기말적인 허무주의와 에로틱 한스토리 전개로 70년대 후반 마쓰모토만화왕국의 결정체를 이루며 최고의 명성을 쌓았다. 그가 한창 인기있던 70,80년대에는 일본의 만화가 더 없는 황금기를 맞고있었는데 그 중심에는 마츠모토 레이지가 있었다. 그후 〈건담〉같은 SF물이 계속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데스카는 변형된 군국주의의 아류에 불과한 이 만화가 일본국민 내면에 잠재돼어있던 국수주의를 선동하는 교활한 상업성에 강한불만과 위기감을 느꼈던 것일까?
하지만 외형상 이 작품은 방사능에 오염된 미래지구를 배경으로 인류의 미래를 비판 하는 문제작으로 비친다. 일각에서는 이 대목을 높게 평가해 환경파괴 등 인류사회에 위험천만한 미래를 경고한 명작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한다.

아무튼 많은 잡음속에 야마토로 명성을 쌓은 그는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그의 우주에 대한 열망은 아직도 식지 않았다. 그것이 아마 그가 〈은하철도 999〉의 후속편을 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미 살아있는 전설이 된 마츠모토가 이렇게 아직도 아니메계에서 제작에 전념하고 있다는 사실과 자신의 꿈이엇던 우주를 향해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아니메의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마츠모토 레이지 대표작품

〈우주전함 야마토〉- 74년 원작, 감독
〈혹성로봇 단가드 A〉- 77년 원작
〈우주전함 야마토〉-77년 극장판
〈안녕 우주전함 야마토 :사랑의 전사들〉- 78년 원작, 감독
〈우주해적 하록선장〉- 78년 원작
〈SF서유기 스타징거〉- 78년 원작
〈우주전함 야마토 2〉- 78년 원작, 감수
〈은하철도 999〉- 79년 원작, '소년 킹'에 연재 (1977~1979)
   일본 후지TV 방영 (1978~1981)
〈The GALAXY EXPRESS 999〉 (1979.8.4)
   일본 극장영화 흥행 랭킹 1위 (만화영화로서는 최초) 79년
   일본 역대 OST음반 판매 랭킹 2위
   NHK 당신이 고른 추억의 만화(COMIC) 랭킹 15위
〈우주전함 야마토 3〉- 80년 감독(극장판)
〈안녕, 은하철도 999〉:안드로메다 종착역- 81년 원작, 감수
〈천년여왕〉- 82년 (감독/아키오 마사유키) 원작, 감수
〈나의 청춘 아카디아〉- 82년 원작, 감수
〈우주전함 야마토〉:완결판- 82년 원작, 감독
〈코크핏〉- 93년 원작, 감수
〈야마토 2520〉- 95년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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