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m·400m 둘 다 잡겠다는 펠릭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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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여자, 다른 분위기 지난 6월 뉴욕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 200m에 출전한 트랙 위의 펠릭스(왼쪽)와 지난 7일(현지시간) LA에서 열린 틴스 초이스 어워드 시상식장에 세련된 복장으로 나타난 펠릭스의 모습. [로이터=뉴시스]

육상에서 200m와 400m를 동시에 석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단거리에 속하는 200m와 중장거리에 속하는 400m는 주법이 다르다. 200m가 전력질주라면 400m는 근지구력을 바탕으로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두 종목에 동시에 출전하는 선수도 드물다. 그러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마이클 존슨이 두 종목을 석권하며 고정관념을 깼다.

 여자 마이클 존슨을 볼 순 없을까. 어쩌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자존심 앨리슨 펠릭스(26)가 이번 대회에서 두 종목 석권을 노리고 있다. 여자 선수 중 200m와 400m를 동시에 우승한 선수는 아직 없다.

 펠릭스는 타고난 재능보다는 훈련으로 세계적인 스프린터로 우뚝 선 선수다. 키 1m68㎝로 육상 선수치고는 단신이며, 몸무게도 57㎏에 불과하다. 고교 시절에는 다리가 가늘어 ‘새다리’라는 놀림을 받았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노력해 318㎏짜리 기구를 다리로 밀어 올리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정도로 근력을 키웠다.

 펠릭스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2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2005년 헬싱키, 2007년 오사카, 2009년 베를린까지 세계선수권대회를 3회 연속 우승했다. 화려한 경력이 말해주듯 펠릭스는 200m에서는 최강자로 통한다. 그의 200m 개인 최고기록은 21초81. 단거리 육상의 최강국인 자메이카의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29)의 21초74에 이어 현역 선수 중 2위 기록이다. 그러나 펠릭스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에 반해 브라운은 내리막을 타고 있는 상황이어서 펠릭스의 우세가 예상된다.

 문제는 400m다. 펠릭스의 400m 최고 기록은 49초70. 올 시즌 최고기록은 49초81로 4위에 올라 있다. 시즌 랭킹 1위인 아나스타샤 카파친스카야(32·러시아·49초35)와 사냐 리처즈(26·미국·49초66), 아만틀레 몬트쇼(28·보츠와나·49초71) 등 경쟁자들의 기록이 한발 앞서 있다. 그러나 그는 대구 대회를 앞두고 400m 훈련에 집중하며 대기록 달성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다이아몬드리그 400m에 출전해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해 분위기도 좋은 편이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펠릭스가 두 종목을 석권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펠릭스는 도전한다. 그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두 종목 출전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안전지역(comfort zone)에서 나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세 차례 금메달을 땄을 때 너무 행복했다. 이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펠릭스가 출전하는 여자 200m 결선은 9월 2일, 여자 400m 결선은 8월 29일에 열린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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