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국내 중기 '파트너십' 구축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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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인식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벤처기업인 보이스웨어. 이 회사는 얼마전 미국계 온라인 서비스 업체인 컴팩코리아가 서울 역삼동 아주빌딩에 설립한 '엑설런트센터' 에 둥지를 틀었다.

엑설런트센터는 혼자서 창업하기 힘들어하는 벤처.중소기업을 지원.육성하기 위해 컴팩코리아가 2백억원을 투자해 만든 일종의 소기업지원센터.

최첨단 메인 프레임부터 최신형 인터넷 전용 PC까지 다양한 전산 시스템을 갖추고 전문 엔지니어가 상주해 입주한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돕고 있다.

이 센터에 입주한 중소.벤처 기업들은 모든 설비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컴팩은 보이스웨어가 개발 중인 영어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를 조만간 컴팩의 유통망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중견 온라인 게임 업체인 NC소프트 역시 컴팩의 서버망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밖에도 아이트리.에스컴 등 5개 벤처 기업이 컴팩의 도움을 받고 있다.

최근 외국 기업과 국내 벤처.중소기업 사이에 이같은 '파트너십' 구축이 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외국기업의 국내 중소기업 지원은 자사의 물품을 구입하는 등 이해 관계가 있는 협력사를 돕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몇 외국 기업이 별도의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원 기업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물론, 마케팅.교육.홍보 등 다양한 업무 분야에서 중소기업을 측면 지원하기 시작했다.

외국 기업으로선 중소기업을 사업 확대 및 이미지 개선을 위한 '원군(援軍)' 으로 삼을 수 있고, 중소기업은 외국 기업의 선진 경영기법 및 자금 등을 지원받는 창구로 이용할 수 있는 '윈-윈 전략' 인 셈이다.

한국IBM도 최근 중소기업진흥공단과 공동으로 중소기업 리엔지니어링 지원센터를 전국 여러곳에 개설했다.

이곳은 중소기업 임직원에게 경영정보관리.인터넷을 교육하고 IBM 장비를 쓸 수 있도록 설립했다.

IBM은 또 올해부터 우수한 소프트웨어 솔류션이나 상품을 개발한 중소기업에게 자사의 네트워크를 이용한 해외 홍보나 마케팅을 대행해 줄 계획이다.

한국 컴퓨터어소씨에트(CA)역시 나래이통신과 공동으로 '나래CA' 라는 소프트웨어 마케팅 전문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유망 소프트웨어 업체를 발굴해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한국오라클도 자사가 개발한 오라클gi데이터베이스 등 제품을 중소벤처기업들에게 무상으로 쓰게하는 한편 기술과 교육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코리아도 1998년부터 'DSP 디자인 하우스' 라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TI의 기술과 제품을 이용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에게 각종 기자재를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 신제품 개발에 성공해 TI코리아의 매출이 늘어날 경우 매출액의 4~10%를 해당 중소기업에 준다.

TI코리아 관계자는 "주로 지방 기업을 지원하는데, 장기적인 안목에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자는 취지" 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경제단체들도 국내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주한유럽연합(EU)상의의 경우 올해 안에 서울 강남 지역에 'EU상의정보센터(가칭)' 를 개설, 정보 수집력이 떨어지는 국내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주한EU상의 지동훈 부장은 "정보센터는 유럽과 한국 중소기업 등 양국 중소기업간의 경협을 활성화하는 만남의 광장 기능을 맡을 것" 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도 산하에 국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중소기업위원회를 설치하고 마케팅.홍보.기술 개발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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