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카다피 얼마 남지 않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미국 백악관의 고위 당국자는 20일(현지시간)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affi·69) 리비아 최고지도자가 권좌에 머무르는 날이 숫자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리비아 상황에 정통한 또 다른 고위 당국자는 “카다피가 망명하거나 권좌에서 축출될 경우 미 행정부는 국제사회의 동맹국들과 함께 리비아 시민군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할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향후 리비아의 미래는 리비아 국민들이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는 입장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지인 매사추세츠주 마서스 비니어드 섬에서 리비아 사태 진전 상황에 대해 상세한 보고를 받고 있다고 백악관 측은 밝혔다. 백악관 당국자는 20일 “오바마 대통령이 오늘 낮 리비아 시민군의 수도 트리폴리 진입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며 “리비아 상황 보고는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긴박한 상황 발생 시) 필요하다면 야간에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가 빌린 마서스 비니어드 별장에는 백악관 안보 담당 참모가 함께 머물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2개의 전쟁(이라크·아프가니스탄)을 수행하는 데서 오는 재정적 부담과 미국 내 부정적 여론 등으로 카다피 공격에 직접 미군 병력을 투입하지 않았다. 대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중심의 동맹국 작전을 지원하는 데 주력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당시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 국방장관의 건의를 받고 미사일로 무장한 무인 폭격기 ‘프레데터 드론’의 사용을 허용했다. 나토가 전개하는 리비아 작전의 효율성을 높이고, 카다피 축출을 위한 새 국면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리비아 사태가 초읽기 국면에 들어간 상황에서 미국은 카다피 정권의 종식이 가져올 중동 지역의 새로운 질서가 미국에 어떤 의미로 작용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금껏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와 석유의 자유로운 반·출입 보장이라는 국가 이익을 지키기 위해 중동에서 민주주의를 촉진시키는 노력 대신 이 지역의 안정에 집중해 왔다. 실각한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를 비롯해 40여 년간 이 지역 독재자들을 지원해 왔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