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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 ‘옵션쇼크’ 시세 차익 488억 전액 환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2010년 10월 도이체방크 홍콩지점의 지수 차익 거래 담당 상무였던 영국인 D씨와 프랑스인 이사 B씨는 회의실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연말 실적을 높일 획기적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이들의 회의 목적이었다.

 이들은 한국을 주목했다. 코스피지수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도이체방크의 국내 주식 보유량이 2조원어치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난 상태였다. D씨 등은 한국시장에서 풋옵션을 대거 매입한 뒤 주식 현물을 일거에 내다 팔아 주가를 하락시키기로 했다. 풋옵션은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디데이(D-Day)는 옵션 만기일(사전에 이뤄진 옵션계약이 실현되는 날)인 11월 11일. 홍콩지점 주식부 리스크 총책임자인 호주인 P씨, 도이체방크의 한국 내 주식중개업체인 한국도이치증권 상무 박모씨가 범행에 가세했다. 이들은 코스피200지수의 풋옵션을 대거 매수하는 한편 도이치증권을 통해 사전 주문 테스트까지 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했다. 국내 주식도 추가로 매입했다.

 당일이 되자 이들은 일단 투자자들을 속였다. 한국거래소는 선물·옵션 만기일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주식 대량 매도 시 장 종료 15분 전인 오후 2시45분까지 보고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들은 시한을 1분 넘긴 2시46분에야 보고를 했다. 그리고 동시호가 시간인 2시50분부터 10분간 주식을 일곱 차례에 걸쳐 동시호가 시작 전 가격보다 4.5~10% 낮은 가격에 분할 매도했다. 이들의 매도 물량은 무려 2조4000억원어치였다. 코스피200지수는 동시호가 직전보다 2.79%나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도 전일 대비 53포인트(2.7%) 폭락했다. D씨 등은 488억7873만원의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21일 D, B, P, 박씨와 도이치증권 법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들의 수익 488억여원을 국내 금융계좌 추징 등 방법으로 모두 압수해 국고로 환수했다. 외국인 임원 3명은 검찰 출석에 불응해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법원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범죄인 인도요청 등을 통해 강제로 신병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도이체방크 측은 “기소된 임직원들에게는 정직 또는 휴직 처분을 내렸으며 내부 통제시스템 강화 등 개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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