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꿈꾸는 청년들, 남부시장 간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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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장사꾼 50여 명이 야간 장터를 꾸린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 주단 골목.

20일 오후 9시 전북 전주시 동서학동의 남부시장 주단 골목. 오후 7시면 문을 닫는 곳이지만 이날은 밤 늦도록 환하게 불을 밝혔다. 100여m의 시장 길에 마련된 좌판 주변에는 물건값을 흥정하는 사람들로 떠들썩했다.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은 공예품·패션의류·장신구 등 재래시장에선 찾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특색 있는 먹을거리도 있었다. 게다가 물건을 파는 사람들도 모두 20~30대 청년들이었다. 영어학원을 다니다 잠시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했다는 곽효준(26·전북대 컴퓨터공학과)씨는 “컬러 패션시계 20개를 들고 와 2시간 만에 15개를 팔았다”며 “여기서 장사에 대한 노하우를 익혀 전국 최고의 영업 세일즈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30)씨가 직접 재배한 뽕잎으로 만든 순대와 소시지는 1~2시간 만에 동이 날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다.

 이들은 전주에서 각종 문화사업을 펼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이음’이 주관한 ‘청년 장사꾼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이어진 프로젝트에는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 직장인 등 20~30대 젊은이들이 참여했다. 평일에는 30~40명, 주말에는 50~60명씩 나와 오후 7시부터 4시간 동안 장사를 했다. 김병수(43) 이음 대표는 “청년들에게는 창업에 대한 도전정신을 심고, 늙은 재래시장에는 젊은 기운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청년 장사꾼들은 젊은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전주 한옥마을에 나가 홍보 이벤트를 펼쳤다.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 퍼레이드도 했다. 3~4일마다 뮤지컬의 주제가를 선보이는 갈라 콘서트와 댄스 경연, 노래 대회도 열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시장을 찾는 고객이 평일엔 300~500명, 주말이면 700~800명씩 몰렸다. 다른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의 90% 이상이 60대 이상인 것과 달리, 젊은 층 고객이 많았다. 처음엔 “장마에 쓸데없는 짓을 한다” 고 말하던 상인들도 수박·음료수를 보내는 등 적극적인 지원자로 변신했다. 일부 상인은 이런 행사를 자주 열자고 제안할 정도다. 김태진(50) 남부시장 번영회장은 “재래시장에 가족 단위 고객들과 젊은이들이 북적대는 건 처음”이라며 “시장 안에 청년 몰을 마련하는 등 젊은 장사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사회적 기업=취약계층에 복지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공익을 위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 이윤 창출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일반 기업과 같지만 발생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이 다르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정한 인증 요건에 부합하면 정부로부터 컨설팅 및 인건비 지원, 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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