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지속가능 경영 ‘6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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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올라 닐슨
일렉트로룩스 그룹
아시아·태평양·중동·아프리카 사장

최근 한국에서 기업의 투명성 문제가 큰 논란이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평생 모은 전 재산이 일부 저축은행의 퇴출로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이들 대부분이 힘없는 서민이라는 사연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지속가능’을 생각하는 경영이 우리 기업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사건이다.

 지속가능 경영은 비단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미래가 직원은 물론 주주와 소비자, 협력업체 등 다양한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다우존스는 매년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 경영 세계지수(DJSI World)를 발표하고 있다. 전 세계 2500여 대기업 중에 지속가능 경영을 잘 하는 300여 기업을 골라 산출하는 지수다. 한국에서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반영하듯, 삼성전자와 포스코·KT 등 50여 한국 기업이 이 지수 산출 대상에 포함돼 있다.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일렉트로룩스 그룹 역시 지난해까지 4회 연속 이 지수 구성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수립한 그룹의 목표와 방향을 놓고 끊임없이 소비자 및 주주들과 소통해온 결과다. 아울러 그룹 구성원 모두가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고유한 원칙을 지켜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렉트로룩스 그룹이 가진 원칙은 ▶존중과 다양성 ▶윤리와 정직성 ▶안전성과 지속성 등이다. 모든 직원이 지켜야 하는 행동원칙이다. 이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일반 시민들에게 요구하는 덕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 역시 일방적인 희생을 주변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에서 마련된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해 일렉트로룩스 그룹은 주주와 종업원, 협력업체 등 기업 생태계에 속한 누구든 합당한 대우를 받도록 하고 있다. 책임과 역할의 차이가 있을 뿐, 원가 절감과 이익 증대를 위해 이들 모두 한 배를 탄 운명 아니던가.

 환경 문제 역시 기업들이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슈다. 지속가능한 지구 없이, 지속가능한 기업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기업 활동으로 인해 지구가 병들고 있다는 지적에 기업들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가 기업 활동에 큰 제약이 될지 모른다.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환경 이슈는 모든 기업들의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우리는 환경 이슈를 단지 일회성 캠페인으로 치부하지 말고, 기업 운영 전략의 중요한 부분으로 확대해야 한다.

 혹자는 기업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좀 다르다. 우리 회사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를 줄이겠다는 목표로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제품 라인을 확보한 상태다. 친환경 제품은 그룹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여기서 보듯 이익률 또한 일반 제품에 비해 손색이 없다. 세상에 기여하는 경영 활동이 꼭 기업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만은 아니다.

 기업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지속가능한 경영은 무엇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라 닐슨 일렉트로룩스 그룹 아시아·태평양·중동·아프리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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