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가을 하늘에 매달린 달콤한 주황 이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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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호 07면

감 Persimmons(2011), Acrylic on Canvas, 16080㎝(each), 2점 연작

화가 오치균의 하늘은 신비롭다. 묵직한 코발트 블루와 투명한 터키쉬그린이 파노라마처럼 물결친다. 그 상큼한 하늘 위에 이번에 그가 표현한 것은 감이다.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가을의 열매. 2009년부터 3년간 열정을 쏟아 부은 테마다. 그의 작품 속에 감나무가 가끔 등장하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감만 주제로 한 적은 없었다. 가을 햇살을 한껏 받아 심지어 히멀겋게까지 보이는, 고향집 앞마당에 서 있던 그 감들이다. 그것도 가지마다 주렁주렁 감이 풍성하게 열렸다.

‘오치균-감’전, 8월 24일~9월 20일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 문의 02-519-0800

작가에게 감은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열심히 따서 잘 닦아놓은 감을 모아 소년 오치균은 어머니와 함께 새벽 첫차를 타고 시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당시 “감 사세요”라는 목소리가 얼마나 작았었는지를 회상한다. 그의 작품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에서 볼 때가 다르다. 멀리서 보면 스멀스멀한 기운이, 가까이 가면 튜브 속에서 터져나온 물감의 아우성이 거친 손가락 자국 속에 물결친다. 꿈틀대는 생명의 기운이 그 속에 있다. 감 속에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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