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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금요일 새벽 4시]“박 선배, (팔) 언제 낫는대요?” “응, (인사) 어제 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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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면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j의 한 축을 짊어졌던 박현영 선배가 떠나 너무 아쉬운데 감히 그 자리를 물려받는 타이밍이라 부담 백배입니다. ‘새벽 4시’ 코너에 글을 쓰기는 처음이지만 진짜 새벽 4시는 이미 겪어봤습니다. 지난주 j합류 첫날이 바로 ‘그날’이었거든요. 이미 아실는지 모르지만 j팀원들은 마감을 위해 밤을 지새운 뒤 결실이 윤전기를 돌고 있는 동안, 한 주간 불꽃 취재와 폭풍 인터뷰로 입은 영광의 상처(?)를 알코올로 소독하는 의식을 치르더군요. 이 과정에서 더 나은 콘텐트를 만들어보자며 토론도 합니다. 그건 참 잘했고 이건 좀 아쉽다, 아무개를 한번 만나보면 어떨까, 근데 ○○ 얼굴은 벌써 왜 저렇게 벌겋냐, 애는 잘 크냐, 애가 너랑 안 닮아서 다행이다(익명 요청)….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도 훈훈합니다. 백문이불여일견. 아니, 불여일주(不如一酒).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자 다짐해 봅니다. 그런데 이번 의식은 박 선배 송별회도 겸해서 좀 슬프네요. 요즘 팔을 다쳐서 깁스를 하고 있는 선배에게 짠한 마음에 물었습니다. “박 선배, (팔)언제 낫는대요?” 선배 왈, “응. (발령 인사가) 어제 났어.” 듣고 나니 더 짠합니다. <이소아>

◆승일희망재단 박승일 공동대표와는 2005년 중앙일보가 심층 보도해 커다란 관심을 모았던 기사 ‘루게릭, 눈으로 쓰다’ 취재로 알게 된 뒤 호형호제하는 사이입니다. 연세대 농구부에서 보내준 유니폼을 입고 후배들 손때 묻은 농구공을 잡은 박 대표는 촬영시간 내내 상기된 표정이었습니다. 촬영이 끝난 후에도 한참을 그대로 있더군요. 학창 시절 2m가 넘는 큰 키로 코트를 누비던 모습을 추억하고 있으려니… 생각했습니다. 박 대표 앞에서 가족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간병인 아줌마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박 대표의 눈빛 대화를 받아 적은 글자판 메모지를 보여줍니다. “형, 목살 보여.” 뒷목의 살이 접혀 있는 게 우스웠나 봅니다. 요즘 불어나는 체중에 신경을 쓰고 있던 저는 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야 인마, 이건 누구나 있는 건데, 내가 머리가 짧아서 보일 뿐이야~.” 구차하게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사이 간병인이 다시 메모지를 “헤비급 레슬러. OTL….” 상처받은 마음으로 사무실로 돌아와 후배들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뚱뚱해 보여?” “아뇨, 보기 좋아요. 전에 어땠는지 모르지만….” 옆자리에 새로 온 이소아 기자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에디터가 새치기를 합니다. “오늘은 목살 좀 구울까?” <박종근>

◆세계적 도서학자 크리스토프 블레시 교수에 따르면 ‘독서의 양극화 현상’은 독일도 예외가 아니라 합니다. 책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간극이 커져간다는 것이지요.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1995년엔 한국 국민 100명 중 79명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독서율이 매년 하락해 지난해엔 100명 중 65명으로 줄었다 합니다. 선후배들과 독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나부터라도 책 좀 더 봐야 하는데…” 하며 자성의 목소리들이 나옵니다. 책상 위에 몇 달째 놓여 있는 책 표지의 먼지도 손으로 쓸어봅니다. 그러다 에디터 책상 위로 시선들이 모였습니다. 그의 책상 주변에는 탑처럼 책이 쌓여 있습니다. 출퇴근 때 에디터 손에는 굵직한 인문학 서적이 어김없이 들려 있습니다. 부러움 반, 시샘 반이었을까요, 음험한 미소들이 입가에 번집니다. “에디터가 들고 다니는 책을 진짜 읽으실까?” “책만 한 장신구도 없잖아. 폼도 나고.” “혹시 바퀴벌레 잡는 용도로 갖고 다니는 것 아냐?” 낄낄대며 웃고 있는데 어느 순간 에디터가 등 뒤에 서 있습니다. “야 인마들아! 책으로 맞아볼래?” <성시윤>

◆그림책 분야의 세계적 거장 앤서니 브라운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그의 책을 내밀었습니다. 사인을 부탁한 거지요. 인터뷰 내내 유쾌했던 분위기 덕인지 그가 순순히 펜을 들었습니다. 빠르게 제 이름을 써 내려가고, 덕담도 붙입니다. 그러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가르마를 타고, 머리카락을 빼곡하니 그려 넣네요. ‘숱 많은 시커먼 머리카락, 나네. 인터뷰하는 동안 앞가르마가 타졌나?’ 이마 주름을 그려 넣고는 그 밑에 ‘콕, 콕’ 점 두 개를 찍습니다. 울컥합니다. ‘내 눈이 저렇게 작은가? 점 두 개라니!’ 턱선을 그립니다. U라인입니다. ‘나 원숭이 닮았어?’ 슬퍼지려 하는 찰나, 그가 그림 옆에 ‘좋은 인터뷰, 감사합니다’라고 적고 사인합니다. 제가 아니라 그였던 겁니다. 자기를 모델로 한 침팬지 ‘윌리’를 즉석에서 그린 겁니다. 괜히 혼자 속으로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사무실에 돌아오니 선배들이 책을 돌려봅니다. “착각 아닌 것 같은데. 똑같네.” 앤서니 브라운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1년6개월간 몸담았던 j를 떠납니다. 계속해서 j에 애정과 관심 듬뿍 쏟아주세요. <박현영>

j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신문 ‘제이’ 61호

에디터 : 이훈범
취재 : 성시윤 · 김선하 · 박현영 · 이소아 기자
사진 : 박종근 차장
편집·디자인 : 이세영 · 김호준 기자 ,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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