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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권력 곧 분산…국가도 못막아"

중앙일보

입력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970년대 말부터 ''요주의 인물'' 로 분류한 해커. 90년대 초 미국 국가 통신망을 마비시킨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1년간 옥살이. 국내 모 기관의 초청으로 한국의 기간 통신망 구축사업 참여….

렌 로즈(Len Rose.41). 국제 해커들 사이에 이제 ''살아있는 신화'' 로 통하는 1세대 해커. 컴퓨터 경력 2년. ''비주얼 베이직 랭귀지'' 독학으로 마스터. ''C언어'' 학습중. 간단한 프로그래밍 능력 보유.

김규영(金奎暎.10.경기도 평택 덕동초등학교 4년). 장래에 세계 최고의 컴퓨터 전문가가 되기를 꿈꾸며 매일 새벽 컴퓨터를 켠다는 소년.

렌과 규영이가 만났다. 지난 3일 오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정보보호교육센터.

''해커 잡는 해커'' 를 양성하는 이곳에서 렌은 KAIST의 컴퓨터 영재들에게 간단히 한 수 지도를 마친 후 강의실 한 구석에서 세미나 내내 그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던 규영을 불러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렌은 "이곳의 소년 영재인 줄 알았다" 며 호기심을 나타냈다. 규영은 렌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얼굴만이라도 보고 싶어'' 평택에서 학교를 파하자마자 KAIST가 있는 대전으로 달려왔다가 뜻밖의 ''횡재'' 를 했다.

규영 : 해커는 머리가 좋은 사람 같아요. 어떻게 하면 해커가 될 수 있나요.

로즈 : 저절로 됐지. 아빠가 전기공학자였거든. 어렸을땐 라디오.텔레비전이 장난감이었단다.

규영 : 해커(Hacker)는 크래커(Cracker)와 다른 거지요.

로즈 : 그럼, 해커는 남의 컴퓨터 시스템에 들어가더라도 해를 끼치지 않고 뭔가를 배우려 하지. 그러나 크래커는 사악한 마음으로 컴퓨터 시스템을 다운시키는 등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지.

규영 : 아저씨는 싫어하는 친구의 컴퓨터를 해킹해본 적이 있나요.

로즈 : 말 못하겠다. (웃으며)사실 옛날에는 좀 했지. 마치 그건 체스같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 해킹도 범죄자가 된단다.

규영 : 해킹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로즈 : 기술로 해킹을 다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란다. 해킹은 ''기술 20%에 꾸준한 감시 노력 80%'' 로 최소화할 수 있지. 그런데 넌 누굴 가장 존경하니.

규영 : 빌 게이츠요.

로즈 : 그는 크게 성공했지만 그의 사업 성공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빛을 보지 못한 측면도 있단다. 컴퓨터 분야에서는 아이디어와 상업성이 공존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

둘은 다하지 못한 대화를 e-메일을 통해 계속하기로 했다.

로즈는 이날 강의에서 FBI의 요주의 인물답게 미 정부가 끝없는 정보통제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 예로 인터넷 세계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인터넷 주소 분류 체계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요리한다" 는 것.

그러나 인터넷의 특성상 종국에 가선 정보권력의 분산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과정에서 ''인터넷 UN'' 같은 국제기구의 창설도 필요하며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정보보호 수준에 대해서는 ''여느 나라 수준'' 이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인터넷 붐이 크게 일고 있는 만큼 정보보호에 더욱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페이지 샛'' 이라는 유즈넷과 전자우편 위성배분 시스템 개발에도 참여했다. 또 인터넷 확산에 결정적인 기술을 제공한 스탠퍼드대의 바넷 그룹에서 유닉스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은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게임 회사인 더 글로브에서 시스템 총책임자를 맡고 있으며 넷시스라는 유닉스 전문회사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수입은 클린턴 대통령보다 훨씬 많지만 명성에는 걸맞지 않을 정도라고.

그의 이번 방한은 기술 벤처 인규베이팅 전문회사인 랩인베스트 어소시에츠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과기원 외에 포항공대(4일).서울대(6일)등에서도 세미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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