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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에 최고 100만원…북한 미술품 외화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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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중국 동포 김모씨에게서 압수한 북한 미술품. 밀반입된 이들 미술품에는 북한 화가 중 최고 등급인 인민예술가와 공훈예술가 등의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다. [연합뉴스]


옌볜(延邊)의 조선족 자치주에 사는 중국 동포 김모(46·여)씨는 남편이 북한 국적을 갖고 있다. 중국인인 남편의 아버지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북한에 남았고, 그곳에서 남편의 어머니를 만나 결혼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조선해외동포원호위원회’ 소속으로 북한의 ‘만수대 창작사 조선화 창작단’과 연간 8000달러와 그림 판매대금의 반을 주는 계약을 하고 평양을 왕래해 왔다.

 김씨는 남편이 북한에서 가져온 그림을 국제우편을 통하거나 직접 한국으로 밀반입한 뒤 인천·대전·광주 등지의 갤러리에 1점당 3만~100만원씩에 팔았다. 이렇게 김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조선화 창작단’ 소속 화가들의 그림 1308점을 국내로 밀반입해 이 중 1139점을 모두 3000만원을 받고 팔았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7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김씨와 갤러리 운영자 이모(47)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달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신문지로 싼 그림 500여 점을 가방에 넣어 들어왔으나 세관의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그림이 북한에서 그린 진품이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인민복을 입은 북한 화가가 직접 그림을 들고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밀반입된 그림 중에는 월북 화가 고 정창모 화백의 ‘화조도’를 비롯, 공훈예술가 전영 화백의 ‘아침’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다수 포함됐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이 ‘조선해외동포원호위원회’를 통해 해외에 그림을 팔고 있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통일부 장관 승인 없이 밀반입해 판매하는 북한 물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지상 기자

◆만수대 창작사 조선화 창작단=조선화(한국화)·유화·대형 조형물 등을 집단 제작하는 북한 예술인 단체. 현재 소속 화가는 5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화가는 인민예술가, 공훈예술가, 1급 화가 등으로 나뉘며 조선화 창작단에는 인민예술가 13명을 비롯해 다수의 공훈예술가와 1급 화가가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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