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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실직자 덜 내고 전문직 더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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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본지 5월 11일자 1면.

지난해 실직한 최모(48)씨는 회사 다닐 때 매달 월급에서 9만8000원(같은 금액만큼 회사도 부담)의 건강보험료를 냈다.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현재 소득이 없다. 그런데도 직장 때보다 더 많은 월 21만1120원의 건보료(健保料)를 낸다. 회사 지원이 없어졌지만 아파트 등 재산과 소유 자동차 가격에 따라 산정된 건보료를 혼자 내기 때문이다.

 이르면 내년 7월 최씨의 건보료 부담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최씨의 중형 승용차에 부과되는 건보료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씨처럼 실직하거나 은퇴하면 건보료가 올라가는 문제점이 어느 정도 개선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17일 보건의료미래위원회(위원장 김한중 연세대 총장)를 열어 불평등한 건보료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직장인 때 근로소득에만 건보료를 내다 실직 또는 퇴직하면 지역가입자가 돼 재산·자동차에 부과된 건보료를 낸다. 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사람의 48%(본인부담 건보료 기준)는 건보료가 올라간다.

복지부 박민수 보험정책과장은 “미래위 회의에서 ‘자동차 건보료 불만이 많으니 신속하게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와 반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또 지역가입자 전세금에서 일정액을 공제하고 보험료를 매겨 건보료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는 직장인의 근로소득 외 사업·임대·배당·이자·연금·복권·원고료 등의 종합소득에 2.82%의 건보료를 매기기로 확정했다. 종합소득이 있는 ‘부자(富者) 직장인’은 153만 명이다. 의사·변호사·약사·변리사 등의 전문직과 건물 임대사업자, 기업 주주가 대거 포함돼 있다. 복지부는 고액 종합소득에 우선 부과하기로 하고 몇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간 종합소득이 7000만원이 넘는 3만~4만 명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회의에서 연금에 건보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지금은 연금소득과 4000만원 이하의 금융소득이 있어도 피부양자가 돼 건보료를 내지 않는다. 퇴직공무원 김모(65)씨는 월 380만원의 연금을 받는데도 아들 건강보험증에 피부양자로 얹혀 있다.

반면 자동차수리업(월소득 580만원)을 하는 최모(60)씨는 직장인 자녀가 없어 월 20만원을 낸다. 복지부는 연금과 금융소득 등을 합해 연간 4000만~5000만원이 넘으면 피부양자에서 제외해 별도 건보료를 물릴 방침이다.

 복지부는 불평등 개선방안을 담은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해 이르면 내년 7월께 시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직장과 지역 건보료 부과 기준을 ‘모든 소득’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건보료 부과체계=직장 가입자는 근로소득(개인사업장 대표자는 사업소득)에, 지역가입자는 종합소득·재산(전·월세 포함)·자동차에 보과된 건보료를 낸다. 지역가입자가 소득을 축소 신고한다는 이유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직장은 1977년, 지역은 88년부터 이 기준이 적용됐다. 근로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직장가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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