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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새우 3마리 비행기로 공수한 ‘진시황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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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서울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의 최고급 식재료 TF팀원들이 식재료를 살펴보고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태영 주방장, 조수운 캡틴, 정종술 주방장, 김경룡 과장.


올해 초 한 일본인 모녀가 서울 신라호텔의 일식당 ‘아리아께’를 찾았다. 이들은 스시 카운터에서 ‘오마카세(그날 가장 좋은 해산물로 만드는 주방장 특선 스시 메뉴)’를 주문했다. 한 시간여 음식을 즐긴 이들은 “한국에 여러 번 와봤지만 이렇게 좋은 식재료와 스시 기술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감탄을 연발했다. 이 여성 고객은 이달 15일에도 남편과 함께 한국에 와 아리아께를 방문했다. 가족 송년 모임도 이곳에서 할 계획이다.

아리아께의 이태영(47) 주방장은 “진정한 한식 세계화를 위해선 우리나라에서 나는 우수한 식재료의 특징을 철저히 이해하고 이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스시 종주국의 일본 고객을 감동시킨 것도 바로 국사 식자재 연구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저력의 바탕은 2008년부터 운영해온 식재료 태스크포스(TF)팀이다. 한식이 세계화되기 위해선 식재료의 명품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경영진의 생각에 따라 팀을 짰다. 아리아께의 이태영(47)·정종술(40) 주방장과 구매팀의 김경룡(35) 과장, 식음기획팀의 조수운(31) 캡틴이 팀원이다. 사내에선 식재료를 찾는 이들을 두고 ‘진시황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필요한 식재료는 뭐든 구한다는 걸 목표로 한다.

 이 주방장은 “단골 고객 한 분이 최고급 쇠고기 요리를 맛보고 싶다고 부탁해 2010년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한우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통째로 구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1년에 몇 번’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출장이 많은 게 특징이다.

 좋은 식재료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즉시 현지에 가는 걸 원칙으로 한다. 정 주방장은 “좋은 식재료는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라고 할 만큼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산지 거래처 대표 등을 수시로 호텔로 초청해 만찬을 여는 등 식재료 공급처에도 정성을 들인다.

 이들이 좋은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달착지근하고 탱글탱글한 맛으로 유명한 도화새우 단 세 마리를 동해안에서 잡아 비행기로 들여온 적도 있다. 도화새우는 식감이 좋아 스시용 새우 중 최고급으로 꼽힌다.

 김 과장은 “산지에서 잡히는 양이 워낙 극소량이기 때문에 제철에도 물량 확보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산 식재료를 적극 활용하면서 2008년 90%에 육박하던 일본산 식재료 비중을 지난해 40%대까지 끌어내렸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도 다양해지고 있다.

 제주도산 솔치로 만든 요리가 대표적이다. 어부들만 먹을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생선을 호텔에서 들여와 조리해 팔면서 고급 요리가 됐다. 이태영 주방장은 “명품화가 별 건가요,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면 그때부터 명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식재료를 자주 선보이다 보니 젊은 고객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008년보다 12%가량 더 늘었다.

 팀원 모두 각자 맡은 일이 있어 산지에 내려갈 시간을 내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은 숙제다. 최근에는 날씨도 변수가 됐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신선한 식재료를 비행기편으로 공수할 수 없어서다. 올해에는 폭우와 태풍 탓에 남해 지역의 피해가 커 이 지역의 해산물을 들여오지 못하기도 했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국산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게 팀원 공통의 목표다. 이 주방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본 식재료를 명품화 하는 게 화두”라며 “우리도 물·쌀·소금처럼 모든 요리의 기초가 되는 식재료를 계속 명품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운 캡틴은 “최근에는 해외 레스토랑이나 미식 트렌드를 벤치마킹해 신상품을 기획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며 “한식도 이런 조류에 맞춰 발전시킨다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한식세계화사업=한식(韓食) 문화를 해외에 적극 홍보해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고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사업. 이를 위해 2009년 5월 민간전문가와 정부로 구성된 한식세계화추진단이 발족했다. 한식세계화 사업 전담 집행기구인 한식재단은 지난해 3월 출범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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