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81조 vs 구글 41조 vs 삼성 19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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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삼성전자가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하 현금)은 6월 말 기준으로 19조700억원이다. 현금과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 그리고 팔 수 있는 주식과 채권의 합이 이렇다. 얼핏 보기에 막대한 금액이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곳간에 돈을 쌓아 놓기만 하고 투자는 하지 않는다”고 종종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훨씬 못 미치는 규모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네 배가 넘는 81조1900억원(758억7600만 달러), 구글은 두 배 이상인 41조8600억원(391억1800만 달러)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애플이 약 70조원으로 삼성전자(154조원)의 절반이 채 안 되고, 구글(31조원)은 삼성전자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데도 현금은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이처럼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낼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 인텔이 지난해 현금 76억8000만 달러(8조2100억원)를 주고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인 맥아피를 M&A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삼성은 반도체·LCD 같은 기존 사업이 고전하는 가운데서도 M&A를 통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쟁업체들은 현금을 쌓아가는 속도도 빠르다. 애플의 현금은 지난해 말 64조원에서 6개월 새 17조원이 늘었다. 반년 만에 거의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 전체와 맞먹는 금액이 늘어난 것이다. 구글도 반년 새 4조4000억원 늘렸다. 영업이익률이 워낙 높은 덕이다. 특히 애플은 부품을 싸게 사들여 많은 이익을 남기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와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아이폰4의 부품가는 판매가의 32%에 불과하다. 66%를 애플이 차지하고, 2%를 조립업체가 가져간다.

 이런 식의 부품 조달 구조를 통해 애플은 올 2분기 32.8%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삼성전자(9.5%)의 3.5배다. 국내 제조 대기업이 이런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면 당장 “협력 중소기업을 후려치는 ‘탐욕 경영’을 한다”고 손가락질 받을 터다. 그러나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운 애플·구글은 기회가 보인다 싶으면 투자할 실탄을 착착 쌓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안순권 박사는 “정부는 대기업에 보따리를 풀라고 압박하기보다 당장 벌어진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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