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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의 마지막 가수 스텔라 박, 본업은 치과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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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스텔라 박씨는 “치과의사로서 어느 정도 성장한 것에 대한 환원의 차원에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크로스오버 가수 스텔라 박(본명 박소연·43)씨는 삶 자체가 ‘크로스오버’다. 그는 가수와 치과의사의 삶을 교차하며 살아간다. 평소엔 서울 용산에서 치과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박소연’으로서의 삶에 더 큰 비중을 둔다. 하지만 앨범을 내거나 공연을 앞두고선 재빨리 ‘가수 스텔라 박’으로 갈아탄다. 박씨가 최근 3집 앨범 ‘별과 바람의 노래’를 내놨다. 이번 여름을 ‘가수 스텔라 박’으로 보내고 있는 이유다.

 그가 맨 처음 이끌린 건 음악이었다. 어릴 적 클래식 음악에 매혹됐고, 클래식 명문 예원학교·서울예고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그러나 대학 진학은 달랐다. 돌연 의사가 되겠노라고 연세대 치과대학에 진학했다.

 “처음엔 음대에 지원했는데 입시 과정에서 불미스런 일이 있었어요. 환멸을 느끼고 다시는 음악을 안 돌아보겠다며 치대로 방향을 틀었죠.”

 하지만 30대 중턱을 넘기면서 음악적 열망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가수 이문세의 오랜 음악적 동지였던 고(故) 이영훈(1960~2008) 작곡가를 만났다. 2004년 겨울이었다. 둘은 e-메일을 주고받으며 음악적으로 교류했다. 1년 반쯤 지났을까. 이씨가 이런 답변을 보내왔다.

 “소연씨의 음악적 열정이 훌륭합니다. 노래를 한 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박씨는 고 이영훈 작곡가가 선택한 마지막 가수가 됐다. 이씨는 자신의 미발표 곡 여럿을 박씨에게 건넸다. 그러나 앨범 프로듀싱까지 맡기로 했던 이씨가 돌연 투병생활에 돌입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7년 9월 박씨의 첫 앨범이 발표됐지만, 당시 이씨는 생사를 넘나드는 중이었다. 이듬해 2월 이씨는 자신의 마지막 작품을 박씨에게 남기곤 세상을 떠났다.

 박씨가 지금껏 발표한 세 장의 앨범에는 고 이영훈 작곡가의 마지막 작품들이 여럿 담겨있다. 이번에 발표한 3집에도 ‘애연’ ‘회전목마’ ‘사랑했던 우리’ ‘어머님의 말씀이’ 등 유작 4곡이 담겼다.

 - 이영훈 작곡가의 마지막 작품을 받아든 소감이 남달랐을 텐데.

 “사실 십수년간 음악을 쉬다가 앨범을 낸다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갑자기 작곡가 선생님도 돌아가시고…. 어쨌든 제가 선생님의 유작을 책임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반드시 낳아야만 하는 생명이란 생각이 들었죠.”

 - 아직도 미발표 유작이 있나요.

 “이번 3집은 시즌 1, 2로 나눠서 발표됩니다. 10월께 나올 시즌 2 앨범에 미발표곡 2곡이 실리는데 그게 마지막입니다. 숙제처럼 남아있던 곡들이죠. 이제야 숙제를 끝냈다는 느낌입니다.”

 - 치과의사라는 점이 도움이 되나요.

 “오히려 방해가 되죠. 치과의사이기 때문에 좀 못해도 용서해주겠지, 이런 마음으로 노래하면 안 되죠. 제가 노래할 때는 치과의사의 옷은 완전히 내려놓습니다. 음악적인 욕심이 많거든요. 앨범도 12집 이상은 낼 생각이에요. 하하.”

글=정강현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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