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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 정말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0년전부터 존재 가능성이 언급돼왔지만 한번도 실체가 입증된 적이 없는 암흑물질(Dark Matters)의 실존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감지장비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대규모 미립자''라는 뜻의 약자 WIMP로도 불리는 암흑물질의 존재가 규명될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빅뱅(우주 생성기의 대폭발) 이후의 형성과정과 구조적 특징, 빅 크런치(우주종말의 대붕괴) 여부등 우주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해묵은 수수께끼들을 풀 수 있는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의 이론에 따르면, 빅뱅에서 비롯된 암흑물질들은 양성자 및 중성자와만 미약하게 상호작용을 하며 매초 지구상의 물질 2파운드(약 0.97㎏)에는 10조개의 암흑물질이 통과한다. 암흑물질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해 실시됐거나 실시 예정인 10여건의 실험들은 모두 암흑물질들이 일반물질과 충돌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우주에 존재하는 다른 미립자들과 암흑물질을 어떻게 구분하느냐가 핵심적인 과제로 대두된다.

가장 먼저 이같은 실험에 나선 이탈리아의 암흑물질실험팀(DAMA)은 미립자가 요드화나트륨에 충돌할 때마다 빛을 발하도록 만들어진 감지기를 사용했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우주를 공전하면서 `암흑물질의 구름''을 지날 때 여름에 속도가 더 빨라지는 점을 들어 여름에는 충돌횟수가 더 잦아질 것으로 예언했다. 암흑물질 이외에지구상에 존재하는 일반 미립자가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지장치는 1.6㎞ 깊이의 지하에 매설했다.

DAMA의 실험결과는 이같은 예언이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반 중성자와 암흑물질을 구분해내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지적됐다. 감지기를 지하 깊이 묻기는 했지만 중성자의 충돌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이어 실시된 실험에서는 절대온도 0도까지 냉각된 감지장비가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지하 9m에 매설됐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도 충돌한 것은 암흑물질이 아니라 일반 중성자일 가능성이 더욱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UC 버클리 등 미국의 10개 대학은 공동으로 암흑물질 개발장비를 개발해 실험을 마쳤으며 곧 이 장비를 미네소타주 북부의 한 폐철광의 지하 1천310m에 묻을 예정이다. 6년간 1천200만달러를 들여 제작된 이 장비는 종전에 비해 감응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밖에도 전세계적으로 암흑물질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해 최소한 5개의 극저온실험이 진행중이거나 준비되고 있다.

양성자보다 50배가 무거운 것으로 추산되는 암흑물질의 존재가 입증될 경우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크기를 산정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의 크기가 산정되면 우주가 장차 영원히 팽창할 것인지 혹은 스스로 붕괴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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