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저가항공, 고공비행 비결 알려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제주항공에서 일하는 정은정(27·여)씨는 올해만 벌써 네 번째 일본에 다녀왔다. 정씨는 일본에서 대학을 나온 일본어 능통자다. 제주항공이 부쩍 늘어난 일본 측의 저가항공(LCC)에 대한 문의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히 채용한 직원이다. 그는 “일본 사람들이 원가절감 방법과 기내 서비스를 많이 물어온다. 일본인의 특성상 굉장히 꼼꼼하게 질문한다”고 말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 저가항공사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분주하다. 제주항공·에어부산·이스타항공 같은 저가항공사들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본에서 매달 두세 건 이상의 문의가 들어온다고 한다. 특히 전일본공수(ANA)가 홍콩투자회사 퍼스트이스턴과 합작해 저가항공사 ‘피치’를 설립하자 우리나라 저가항공에 대한 일본 취재진과 항공사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원래 일본에는 저가항공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저가 항공은 가격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양날의 칼”이라며 시장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이나모리 가즈오 JAL 최고경영자조차 호주 콴타스항공 자회사인 제트스타와 손잡고 저가항공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들에게는 일본과 공항시스템·입지가 비슷한 한국이 벤치마킹 대상이다. 사실상 한국이 동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저가항공사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는 것도 ‘한국 배우기’의 한 부분으로 작용했다.

 이들이 한국 저가항공사에 주로 묻는 것은 ‘원가 절감 노하우’다. 서비스 본질에는 차이가 없는데 어떻게 짧은 기간에 원가를 낮추느냐라는 게 질문의 핵심이다.

제주항공이 일본에 전수한 노하우는 ‘기종 단일화’다. 제주항공은 189석 규모의 B737기만 8대 운용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조 기종인 Q400기 4대를 동시에 운용했으나 정비나 부품에 드는 중복 투자를 줄이기 위해 모두 팔았다. 비용 절감을 위해 항공기 단일화를 추진한 것. 국내선 운항이 불가능한 야간시간대를 활용해 동남아 지역 노선을 확대하는 방법도 썼다. 이 같은 원가 절감 노력으로 올해 1분기 매출원가율을 지난해 대비 약 17%포인트 낮췄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기내식을 유료화하고 기본 음료만 제공한다. 객실 승무원의 유니폼도 유명 디자이너에게 의뢰하는 대형 항공사와 달리 중소기업을 통해 제작해 비용을 절감했다. 에어부산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유통구조가 원가 절감의 방법이라고 일본 측에 설명했다. 보통 항공사들이 지점이나 여행사 같은 오프라인 경로를 통해 티켓을 판매하는 것에 비해 에어부산은 유통구조를 온라인으로 집중시켜 수수료를 절감시켰다는 것이다.

 일본이 이처럼 한국 배우기에 집중하는 것은 앞으로 동남아·동북아 항공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에어아시아는 최근 열린 파리에어쇼에서 A320기종 300대를 주문했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동북아 시장 확대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아시아 항공여객 수는 2009년 6억4000만 명에서 2014년엔 10억 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채승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