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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통하고 대실 사절 … 모텔의 진화

중앙일보

입력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이노스텔인 아미가모텔을 운영하는 김소연씨(맨 오른쪽)가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서울의 관광지를 설명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11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연지동 아미가모텔 로비엔 일본어·중국어·영어로 된 안내 책자가 빼곡하게 놓여 있었다. 출입문에 적힌 ‘MOTEL’ 표시만 없다면 일반 호텔이라고 착각할 정도다. “방도 깨끗하고 지하철역도 가까워서 이동하기가 편해요. 거기다 사장님이 일본어로 이것저것 챙겨주셔서 너무 좋아요.” 호텔 투숙객인 일본인 다카하시 아카호시(29)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했다. 아미가모텔 김용남(57) 대표는 “우리는 외국인 전용 모텔”이라며 “일본·중국 등에서 한 달 평균 1000여 명의 외국인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러브호텔’ ‘불륜의 온상지’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던 서울의 모텔이 변하고 있다. 그것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숙소로의 변신이다. 그 중심에는 이노스텔(Innostel)이 있다. 이노스텔은 서울시가 2007년부터 중저가 숙박시설을 대상으로 지정한 외국인 관광객 숙박시설이다. 영어나 일본어 등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종업원이 있어야 하고 잠시 방을 빌려주는 대실 영업도 할 수 없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우수 숙박시설 지정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2007년 이노스텔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 낙원동 카라모텔의 객실. [서울시 제공]

 현재 중구와 종로·강남·동대문·영등포·용산·마포구 등 7개 구에 39개 이노스텔이 있다. 전체 객실 수는 1731개에 달한다. 서울시는 이노스텔이 객실 부족에 시달리는 서울의 호텔난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보고 있다. 올해 1~7월 이노스텔 홈페이지(innostel.visitseoul.net)에 등록된 외국인들의 예약 건수는 모두 7236건. 이곳을 이용한 외국인 여행자가 대부분 1~2명의 동행이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2만여 명의 외국인이 묵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노스텔의 성공을 장담하기엔 이르다. 대실 영업을 한 것으로 드러난 일부 이노스텔이 퇴출되면서 숫자가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102개까지 지정됐던 이노스텔 수는 현재 39개로 줄었다. 여기에 상하수도 요금 20% 감면, 중소기업육성자금 대출(업체당 최고 5억원, 금리 연 3~3.5%) 등 지원도 중단됐다. “세금으로 러브호텔을 지원한다”는 비난이 나오면서 서울시의회가 올해 지원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서울호서전문학교 관광과 김주승 교수는 “규정을 어기고 대실 영업을 하는 이노스텔을 퇴출시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외국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저렴한 숙박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노스텔 업주들도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 카라모텔의 강화자(74·여) 대표는 “중저가 이노스텔의 경우 외국어가 능통한 사람을 상시적으로 고용하기 어렵다”며 “이노스텔을 위한 전화 통역 서비스를 만들어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 관광객과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김혜성 인턴기자(고려대 영어영문학과)

◆이노스텔(Innostel)=서울시가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중저가 숙박시설 브랜드. ‘혁신(Innovation)’과 ‘숙박시설(Hostel)’의 합성어다. 외국인 전용과 내·외국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구분된다. 2년 단위로 지정된다. 이용 요금은 3만~6만원대로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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