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로버트 울프 "공연장은 음향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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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은 도시인들의 쉼터입니다.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제공하고 살아 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축제의 장(場)입니다."

지난 27일 개관한 LG아트센터의 음향설계 자문을 맡은 미국 ARTEC의 수석 컨설턴트 로버트 울프(58)는 LG아트센터를 "클래식.연극.뮤지컬.무용.재즈 등 장르에 따라 다채롭게 옷을 갈아입는 다목적 공연장" 이라고 말했다.

"콘서트홀.오페라하우스.극장이 한꺼번에 있는 셈이지요. 활용도를 높이고 여러 장르의 수준높은 공연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신축성이 특징입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ARTEC은 세계 굴지의 음향 컨설팅 회사. 음향설계 뿐만 아니라 공연장 타당성 조사에서부터 재원마련.프로그래밍 등 극장경영 전반에 걸쳐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공연 장르나 운영 계획이 결정된 후에야 그에 맞는 극장설계가 가능하게 때문이다.

지난해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의 설계로 개관한 스위스 루체른 문화센터 콘서트홀(1천8백40석)과 브라질 살라 상파울루(1천6백석)도 ARTEC의 작품. 살라 상파울루는 1930년대에 지어진 기차역 대합실을 개조한 공연장이다.

음향이 좋기로 유명한 댈러스 메이어슨심포니센터(2천62석.89년).버밍엄 심포니홀(2천2백11석.91년)를 비롯해 뉴저지 아트센터.샌디에이고 심포니홀의 음향을 설계했고 92년 뉴욕필이 상주하고 있는 링컨센터 에이버리피셔홀의 무대 개조작업에도 참가했다.

"풍부한 사운드를 내면서도 명료도를 높이기 위해 공연장 천장이나 벽면에 반향실(反響室)을 두고 문을 여닫으면서 잔향시간을 조절하는 게 최근의 추세입니다."

LG아트센터에도 천장과 1층 객석 뒤 벽면에 중.저주파 흡음시설을 갖춘 반향실이 있고 콘서트 타워(이동식 반향판)뒤의 공간도 울림통 역할을 해낸다.

또 외부 소음은 물론 냉.난방과 공조(空調)시설에서 나오는 소음을 철저히 막았고 핸드폰 차단기도 설치했다.

공연장 자체가 조용하면 자연스럽게 관객의 정숙한 감상 분위기도 형성된다.

"공연장은 외관보다 기능이 중요합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호주의 명물이 될 정도로 외양이 아름답지만 백스테이지가 좁고 불편해 성악가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아요. "

카네기멜론대.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건축을 전공한 그는 70년 ARTEC에 입사, 뉴저지 아트센터.디종오디토리엄.코넬대 아트센터.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홀 등의 음향 컨설팅을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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