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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사이버 조달행정 개혁

중앙일보

입력

최근 한국전력은 울진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위해 조달청에 레미콘 4만3천㎥(23억9천1백만원 어치)를 대신 구매해달라고 요청했다.

굳이 조달청을 통해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정부 투자기관이 이런 요청을 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예전 같으면 공문서를 일일이 보내느라 구매 요청에만 1주일이 걸렸으나 최근에는 모든 업무가 인터넷으로 처리되는 바람에 하루면 충분했다.

그만큼 일찍 물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조달청은 관급 자재 등을 대량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한전 자체 구입보다 5~10% 가량 싸게 살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한전 같은 사례가 늘어나면서 정부투자기관 등의 조달요청 규모는 올해 1분기에만 3천8백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천3백8억원보다 69% 늘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추진 중인 조달서비스 혁신작업이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열풍을 타고 활성화되는 전자상거래가 공공부문의 개혁에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효과는 계량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물자 구입이 늘어나면서 복잡한 공문서와 불필요한 방문객, 비리소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돼온 수의계약 등이 줄줄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조달청에 따르면 조달서비스 혁신을 위해 도입된 전자결재.문서교환시스템(EDI/EC)에 올해 1분기 중 3천6백92개 기관이 가입해 3천2백65건을 처리, 6백80개 기관이 가입해 6백58건을 처리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또 행정용품을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기관도 올들어 3월말까지 8천8백86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참여한 2천8백29개보다 두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분기 7천13건에 이르던 계약문서 접수건수도 올들어 같은 기간 5천79건으로 27% 가량 감소했다.

이밖에 수의계약 비율은 시설계약이 6.0%에서 1.3%로, 외자구매는 36.2%에서 8.8%로 각각 축소됐다.

평균 계약 일수는 시설공사가 36.9일에서 35.5일로, 내자구매는 26.8일에서 25.1일로, 외자구매는 82.6일에서 74.1일로 각각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일(金炳日)조달청장은 "조달행정 전반에 대한 국민제안을 추진해 채택된 제안에는 포상금을 지급하고 혁신 추진 우수 부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달서비스 혁신 작업을 차질없이 마무리하겠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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