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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앞둔 초등학생 우리 아이 이런 방학 과제 어떠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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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는 ‘과제물’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온라인 게시판에는 방학 과제물에 대한 문의 글이 최근 부쩍 늘었다. 스스로 주제를 정해 보고서를 쓰거나 작품을 만드는 과제가 많아 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서다. 입학사정관 전형과 자기주도학습 전형 등과 맞물려 일찌감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번 방학 동안 ‘나만의 특별한 방학 과제물’을 만들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봤다.

박정현 기자
김진원 기자

정예찬·예준 형제는 2년 전 여름방학에 과제물로 요리책을 만들어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홉 가지 요리를 직접 만든 후 사진과 설명을 노트에 넣고 후기도 담았다. [김진원 기자]

아홉 가지 요리책으로 요리사의 꿈 키워

4일 저녁 정예찬·예준(경기도 기산초 6·3) 형제의 집 부엌이 다른 날보다 분주하다. 예찬이는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깨끗이 다듬어진 닭다리를 카레 가루에 버무렸다. 예준이는 형 옆에서 양념통을 털어 넣었다. 손이 바쁜 아이들을 대신해 엄마 박은희(39·경기도 화성시)씨가 요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개학 날 방학 과제물로 제출할 보고서에 넣을 오븐 카레 치킨을 요리하는 중이다. 예찬이의 꿈은 요리사다. 4학년 때 요리학원을 1년 남짓 다녔을 만큼 요리를 좋아해 동생들에게 종종 간식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예찬이와 예준이는 2년 전 여름방학 과제물로 요리책 한 권을 만들었다. 요리 전문가 에드워드 권의 자서전 『일곱 개의 별을 요리하다』를 본떠 아홉 가지 요리를 직접 하며 사진을 찍어 노트에 붙이고 사진 옆에 설명을 달았다. 책 표지에는 요리 복장을 한 자신들의 사진을 붙이고 프로필, 목차까지 갖췄다. 예준이는 “노력이 많이 들어간 인상적인 과제물이라고 담임 선생님이 칭찬하셨다”며 자랑했다. 친구들은 따라 만들어보고 싶다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직접 요리를 하고 책을 만드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엄마가 회사에서 퇴근한 후 매일 한 가지씩 음식을 만들다 보니 2주나 걸렸다. 그중 3일 동안에는 요리책을 만들었다.

 만드는 방법이 복잡해 인터넷 정보도 참고했다. 요리책에 실은 호두파운드케이크·초코칩쿠키·땅콩크림쿠키·우동샐러드 중 예찬이가 할 수 있는 것은 햄버거와 또띠아피자뿐이었다. 나머지 요리는 인터넷으로 만드는 방법을 일일이 찾아가며 했다. 레시피에는 없지만 음식을 만들며 알게 된 새로운 정보는 책에 팁 형식으로 구성했다. 예컨대 떡꼬치 소스는 주걱으로 떴을 때 뚝뚝 떨어지는 강도가 적당하고, 케이크 생크림은 휘핑기로 짠 끝 모양이 하늘로 솟아야 한다는 식이다. 거실에서 영화를 보며 쿠키를 먹는 모습도 사진으로 찍어 붙였다.

 예찬·예준이가 요리책을 만들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손 글씨로 설명을 다는 일. 글씨를 쓰다 틀리면 종이를 다시 붙여 써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컴퓨터 자격증을 딴 예찬이는 이번에는 파워포인트로 방학 과제물 요리책을 만들 계획이다.

재활용품으로 상상한 것 만들면 창의력 높아져

안준형(대전 하기초 4)군은 2학년 때 상상 속의 우주를 우유팩과 요구르트 병으로 만들어 과제물상을 받았다. 우주선은 우유팩으로, 우주인은 요구르트 병으로 표현했다. 3학년 때는 아이스크림 막대와 플라스틱 과일용기로 배를 만들어 또 상을 받았다. 과일용기를 잘라 배를 만들고 난간은 빨대와 아이스막대를 연결해 붙였다. 클레이로 용을 만들어 배 앞에 붙였다. 이번 방학에는 큰 상자를 ‘ㄴ’자 형태로 접어 축구장을 만들었다. 세워진 부분은 관중석으로 꾸미고, 수수깡과 그물로 골대를 세웠다. 골을 차는 사람은 클레이로 꾸몄다. 준형이는 “작품을 크게 만들면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아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귀띔했다. 생각한 것을 어떤 소재로, 어떻게 표현할지 쉽지 않지만 완성된 후에는 뿌듯하단다.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준형이는 ‘공예가’의 꿈을 꾸고 있다.

 동생 유민(대전시 하기초 2)양은 예쁜 카페 만들기에 도전했다. 1학년 때 재활용품과 종이접기를 활용해 연필꽂이와 다용도함을 만들어 과제물상을 받아 이번 방학에도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다. 오빠를 따라 상자를 ‘ㄴ’자 형태로 해 세워진 쪽은 카페 벽과 문으로 꾸미고, 평평한 곳은 야외 카페로 만들었다. 휴지심으로 만든 탁자를 놓고, 잡지에서 자른 예쁜 그림을 카페 벽과 문에 붙였다. 정원의 꽃과 장식품은 클레이로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방학에 재활용 만들기 과제를 내주는 학교가 많다. 준형이는 “우선 집에 있는 재활용품을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작품을 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엄마 송수현(39·대전시 유성구)씨는 “아이가 생각을 확장할 수 있게끔 조언을 해주는 것이 좋다”며 “한번 경험을 하면 그것을 응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독후감 대신 미니북 … 책에 흥미 더 생겨

최민서(경기도 화도초 4)양은 2학년 때부터 방학 과제물상을 놓치지 않았다. 민서의 특기는 ‘미니북’ 만들기. 3학년 때는 위인전을 읽고 북아트를 만들어 제출했다. 위인전을 읽은 후 종이 한 장에 위인의 사진과 업적을 쓰고, 여러 장을 묶어 위인집을 만들었다. 방학 숙제로 독후감을 내야 하는데 글로 쓰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 시도했다. 미니북을 만들면서 책 읽기에도 흥미가 생겼다. 미니북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책을 더 찾게 된 것이다. 이번 방학에는 우주와 마법사가 나오는 판타지 소설을 읽고 팝업북을 만들어 방학 과제로 제출할 계획이다.

 미니북 만들기는 팝업북과 파노라마식, 삼각형, 사각형 등 종류가 많은데 민서는 만들기 가장 어렵다는 팝업북을 좋아한다. 팝업북은 폈을 때 책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게끔 꾸며야 해 만들기가 까다롭다. 민서는 “책 내용 중에서 중요한 인물이나 사건을 튀어나오게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책을 읽을 때 핵심 내용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한참 뒤 책 내용이 기억 나지 않아도 자신이 만든 팝업북을 보면 그 책에 어떤 인물이 나왔는지,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나비에 대한 과학책을 읽은 후 알·애벌레 등이 튀어나오게끔 나비의 성장과정을 팝업북으로 만들기도 했다. 민서는 “과학은 내용이 정확해야 하기 때문에 미니북을 만들 때 상상을 할 수 없어 재미가 덜하다”고 말했다. 민서는 상상을 많이 할 수 있는 판타지 소설·창작물을 미니북 만들기 추천 도서로 꼽았다.

예찬·예준이의 ‘요리책’ 이렇게 만들어요

1. 자기가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선택하세요. 햄버거가 가장 편하고 쿠키는 버터에 설탕을 나눠 넣어야 해서 어려워요.
2. 만드는 방법은 인터넷에서 찾으면 나와요. 재료 계량이 어려워요. 엄마의 도움을 받으세요.
3. 표지에는 자신만의 제목을 달아요. 첫 장에는 레시피를 쓰고, 만드는 과정을 사진이나 글로 표현해요. 뒤에는 후기를 써요.
4. 요리하는 사진을 찍을 때 재미 있는 표정을 찍어 놓으면 요리책을 꾸미기 좋아요.
5. 여러 요리를 하기 힘들면 박물관 체험+요리+집안일 돕기 등 체험을 묶어 ‘방학 알차게 보내기’ 등의 제목으로 책을 만들어도 돼요.

준형·유민이의 ‘창의적인 재활용 만들기’

1. 뭘 만들지 정한 후 재활용품 고르기보다 가지고 있는 재활용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을 선택하세요.
2. 클레이를 이용하면 예쁘게 장식할 수 있어요. 수채화 물감으로 꾸미면 쉽게 지워지므로 아크릴 물감이나 페인트로 꾸미세요. 좋아하는 캐릭터 그림을 오려 붙여 나만의 디자인을 할 수 있어요.
3. 딱지 접기 등을 붙이면 외관을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어요.
4. 인터넷 검색창에 ‘재활용으로 만들기’라고 치면 사례가 많아요.

민서의 ‘미니북’ 만들기 이렇게 하세요

1. 핵심 내용으로 미니북을 만들려면 책을 집중해 읽어야 해요.
2. 책 속 그림이나 사진을 활용할 때는 복사를 해서 쓰세요.
3.미니북을 폈을 때 한눈에 책 내용이 들어오게 꾸미세요.
4.그림만 책에서 가져오고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내용을 변형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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