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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쌈·몽골만두 … 장흥 토요장터 인기메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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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남 장흥군 토요시장의 다문화 전통음식 코너에서 필리핀 출신 여성이 밀전병 속에 고기·야채·두부를 채워 튀겨 먹는 필리핀식 만두인 룸피아를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9일 오후 전남 장흥군 장흥 토요시장내 다문화교류센터 2층에 위치한 다우리 레스토랑. 지난달 28일 문을 연 이 곳에선 베트남 이주여성 3명 등이 쌀국수·볶음밥(인도네시아)·한우스테이크 등을 판다. 아시아와 한국의 맛이 혼합된 음식이다. 이 레스토랑은 올해 사회적기업 공모사업(마을기업 육성 분야)에 선정되면서 받은 5000만원으로 운영된다.

장흥군은 올해 초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14억원을 들여 교류센터를 지었다. 1층엔 다문화전시관을, 2층에는 다문화 레스토랑·복지관을 마련했다. 이명흠 장흥군수는 “우리 고장에 들어와 사는 이주여성들의 정착을 돕고 일자리도 늘리기 위해 교류센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시집 온 이주여성들이 고국의 맛과 문화를 알리는 전도사로 나섰다. 다문화가정이 많은 장흥군에서부터 일고 있는 변화다. 그 중심에 토요시장이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장흥 토요시장 한쪽에 2009년 4월부터 다문화 전통음식 코너가 운영되고 있다. 그 해 초 장흥에서 열린 봄나들이축제에 월남쌈·타코야키를 만들어 판 것이 계기가 됐다. 참석자들 사이에서 “맛이 좋다”는 평가가 나오자, 토요 시장에 결혼 이민자 코너를 마련해 자기 나라의 음식을 팔도록 한 것이다. 이 곳에선 월남쌈·로이꾹(베트남), 덕쩍·차마나오(태국), 완자(중국), 알루깨뜨릭(미얀마), 바비큐·룸피아(필리핀), 롬안뽕(캄보디아), 타코야키(일본), 보츠(몽골 만두) 등을 맛 볼 수 있다. 레스토랑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다문화 음식코너에서는 이주여성들이 고국의 의상을 입고 음식을 만든다.

 이 음식들은 줄을 늘어서 사먹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야채·돼지고기·새우 등을 다진 뒤 밀가루 반죽으로 버무려 기름에 튀긴 롬안뽕과 얇은 밀전병 속에 고기·야채·두부를 채워 튀겨 먹는 필리핀식 만두 룸피아 등이 특히 인기다. 묽은 쌀가루 반죽을 꽃 모양의 쇠 틀에 묻혀 기름에 튀긴 덕쩍을 만들어 파는 지푸타라 파잔다(32)씨는 “평일에는 많아야 1000개 정도 팔리는데, 주말이면 2000개씩 나간다”고 말했다.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다. 서툰 한국말 탓에 장 보러 가는 것 자체가 힘든 데다 논·밭일이 바쁠 땐 나올 수도 없었다. 장흥군이 4만원씩 일당을 지급하면서 일손 부족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독특한 이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입소문까지 나면서 시장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참여 회원도 태국·필리핀·베트남·캄보디아·몽골·중국·일본·미얀마 등 8개국 25명이나 된다. 덕분에 이들은 ‘정남진 물축제’(7월 29일∼8월 4일)를 비롯해 지역에서 열리는 주요 행사마다 단골손님으로 초대를 받고 있다. 일본에서 온 사치코씨는 “ 고국 문화를 알리는 외교사절로 한몫을 한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박옥란 장흥군 여성아동담당은 “이들 덕분에 아시아 문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호남지역의 다문화가정은 광주 4003가구, 전남 7299가구, 전북 8269가구 등 총 1만9571가구다.

글=유지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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