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 막히자 … 대타로 뜨는 ‘원혜영 중통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야 4당과 시민사회단체 등 진보진영 전체를 하나로 묶는 ‘대(大)통합’ 추진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통합을 실현할 가능성이 있는 큰 세력끼리 먼저 통합하자는 ‘중(中)통합’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원혜영(사진) 의원은 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야권 대통합이라는 명분은 갖고 있되 통합에 대한 의지가 있는 세력부터 참여하는 ‘중통합’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이해찬 전 총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지사 등 민주당 바깥에 머무르는 친노 세력부터 통합해야 한다. 연말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를 (친노 세력과의) 통합 전당대회로 치르고 여기서 선출된 통합 지도부가 대통합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도 “쉽고 실현 가능한 통합부터 해야 한다”며 ‘중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기여했다 지금은 민주당을 떠나 있는 세력부터 1단계로 통합하고, 그 여세를 몰아 진보 세력과 시민단체 등을 2단계로 통합하되 여기서 제외된 세력과는 3단계로 연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민주당과 친노·부산경남(PK)·국민참여당·창조한국당이 먼저 통합하자는 ‘선도통합론’을 주장한다. “현실적으로 동질성이 있는 세력부터 우선 통합하고 이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까지를 통합하되, 이게 안 되면 연대를 해야 한다. 연말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합 전당대회로 치르려면 지금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야권 대통합 작업에 큰 진척이 없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해 “부적절하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못 박고 진보신당·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통합의 대상이) 진보신당인지 참여당인지 선택하라”며 민노당을 압박하고 있다. 야권 대통합 논의에 이처럼 혼선이 일자 이해찬 전 총리, 문 이사장,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등 정치권 외곽에 있는 진보진영이 ‘통합추진모임’을 발족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야권통합특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민노당과 진보신당·참여당의 통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