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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7일 편지] BBC와 영국 유력지를 장식하는 스타로 뜨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월 4일

오늘은 기자단 쇼케이스가 있는 날이다. 아침 일찍 리허설을 하기 위해서 쇼케이스 장으로 향하였다. 도착하자마자 보이는건 TOP 12팀들. 아침 리허설이지만 분장과 의상까지 갖춰입고 온 팀은 우리뿐이었다. 다들 쳐다보면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다른 팀들. 뭐 상관없다. 이미 많이 겪어봤으니~ 다들 자유롭게 앉아서 리허설 순서와 주의사항, 쇼케이스 진행과 필요한 소품과 음악들을 체크 한 후에 리허설을 시작하기로 했다.

첫번째로 리허설을 할 팀이 음악이 아직 안왔다고 해서 우리가 먼저 하겠다고 했다. 무대에 딱 올라가보니 11팀들이 다 쳐다보고 외국스텝들과 엔지니어들이 다 앉아있었다. 다들 관심도 안 가지고 서로 할 일들 하고 그냥 쳐다보면서 웃는 사람들도 있고 뭐하는 팀인가 라는 식으로 쳐다보는 팀도 있고 의상과 분장만 보고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팀들이 많았다.

본격적으로 리허설을 해보기 전에 비트박스를 위해 마이크를 체크해볼 겸 마이크 테스트를 했다. 그 때 우리 팀 멤버들의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알지? 리허설이지만 우리 실력이 어떤지, 동양인이 비트박스 하는걸 보여줘!!!'하는 뜻이었다. 나 역시 마음 속으로는 ' 잘 봐라. 너희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대한민국 코미디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반드시 보여주마!!' 라는 생각으로 바로 마이크 테스트를 했다. 비트박스를 하며 마이크 테스를 하니깐 순간 무대 밑에 있던 11개의 팀원들이 전부 하던걸 멈추고 우리에게 집중하였다. 나는 리허설이라 실전의 60%정도만 해보였다.그것을 보고는 다들 박수를 쳐주었다. ㅋㅋㅋㅋ이럴때의 희열감? ㅋㅋㅋㅋ그리곤 우리 멤버들은 서로 바라보며 웃었다. 왜냐하면 외국친구들의 표정을 봤기에 우린 웃을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첫번째로 리허설을 마치고 거리로 나가 홍보를 하다가 다시 쇼케이스장으로 왔다. 대기실로 들어갔을 때 우리를 반겨주는 11개팀들의 눈빛이 아침과 확연히 틀려있었다. 다들 손가락을 치켜올리면서 웃음을 보내주었다.

우리는 3번째 순서로 잡혀있었다. 우리는 무대 뒤에서 대기하며 실수하지 말자고 서로에게 말을 하고 기도를 했다. 12팀에게 주어진 공연 시간은 각 3분. 3분안에 우리는 어떤 팀인가를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조명이 들어오자마자 음악과 함께 춤을 추며 시작을 했다. 순간 놀라긴 했다. 정말 많은 기자들이 와있었다. 먼저 준우형의 풍선마술로 시작을 해서 수원이의 풍선쇼로 분위기를 띄어놓고 바로 내가 마이크를 잡고 비트박스로 박수를 치게 만들었으며 준우형의 마임으로 웃게 했으며 경선이의 저글링으로 환호하게 만들었다.

정말로 많은 박수갈채와 환호성을 받으면서 우리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곤 거리 홍보를 위해 퇴장과 동시에 홍보거리인 로얄마일로 뛰어갔다. 우리가 홍보를 거의 끝낼 때쯤에 매니저분께서 오셨다. 그 분은 쇼케이스장에 끝까지 계셨고 사람들을 만나고 오셨다. 우리는 너무 궁금해서 어땠냐고 물었다. 매니저는 " 너무너무 잘했어요~정말로 너무 잘했어요~제일 반응이 좋았어요~진심으로 대박났어요~ " 와우~!!!!!!! 우리만 그렇게 환호성과 박수를 받았단다. ㅋㅋㅋㅋ재미난 얘기로 우리 뒤에는 누가했냐고 물었는데 어떤 여자분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데 실수를 해서 다시 부르고 다시 부르고 했단다 ㅋㅋ자기 원래 이러지 않았다면서~ㅋㅋㅋㅋ외국 스텝들 말을 빌려 얘기하면 "옹알스 뒤로 나온 나머지 팀들은 다 죽 쑤고 갔다" 라고 얘기했다~ㅋㅋ 좋은 소식이었다.

정말이지 좋게 봐줘서 많은 매체의 사람들이 기사를 잘 써주고 TV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런데 공연을 앞두고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페스티벌 측에서 소품으로 칼은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어제 공연 때 다른 팀 중 한명이 나이프를 꺼내어서 하는 공연이 있는데 잘못하다가 다쳤다고 한다. 그게 우리한테까지 파장이 왔다. 우리도 칼 모양 소품으로 하는 저글링이 있는데 그냥 쇠일 뿐 날은 없어 전혀 다치지 않는다. 그런데 다른팀에서 칼로 하다 다쳤다고 우리 보고 빼란다. 이 공연장 조명 때문에 제일 큰 야광 퍼포먼스도 못하고 칼도 안된다 해서 칼도 안하는데.... 정말 짜증만 났다.

모두들 우왕좌왕 하는 사이 공연은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공연을 관람한 기자와 잠시 얘기를 나눴다. 우리가 오늘 쇼케이스도 있었고 홍보도 못했고 마이크 시설도 엉망이었으며 사고 때문에 저글링도 하나 못했다고 핑계 아닌 핑계를 댔는데 그 기자가 하는 말이 " 아니야~나는 너무나도 재미있게 봤어~정말 너무 재미있었어~" 라고 답을 주었다. 그런데...겁나는건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뒤에 가서 별점을 줄때 적게 줄수가 있어서...그게 제일 걱정이다.

빠르면 이번주 안에 그 기자가 별점을 줄 것이다. 과연 얼마나 줄지...참고로 그 기자가 나왔던 매체가 작년에 우리가 별 5개를 받았던 곳이다. 그러니 우리는 더욱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8월5일

오늘부터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진짜 시작이다. 3일 개막하긴 했지만 5일부터 본격적인 페스티벌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오늘부터 우리는 전쟁이라고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로얄마일에 더 많은 팀들이 홍보를 하러 나올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날씨는 굉장히 좋았다. 그리고 금요일이기에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 똑같은 일상처럼 분장을 하고 의상을 입고 집 밖으로 나섰다. 홍보거리인 로얄마일에 들어섰을때 순간 정말 놀랐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또 많은 팀들이 밖으로 나와 홍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대한민국 사람들 아닌가? 단 5분만에 우리 앞에서 홍보하는 팀들을 다른 곳으로 가게 만들고 뒤에 팀들을 10분에 가만히 쳐다보게끔 했다. 우린 정말로 온라인 중앙일보에서 말씀해주신 돌아이들인것 같다. ㅋㅋ

우리는 다른 날과 변함없이 홍보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자 어느 한 외국인 남자가 우리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BBC에서 나온 기자였다. 거리 홍보를 취재하러 왔는데 여기 몇 팀만 다같이 취재를 하고 사진을 찍고 싶다했다. 우리는 바로 포즈를 취하려 했지만 다른 팀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ㅋㅋ다른 팀들은 뒤로 한 채 우리는 맨 앞으로 튀어나와 정중앙에 자리를 잡았다.ㅋㅋ우리는 무작정 카메라 앞으로 돌진해서 미친듯이 웃으며 '코리아'를 외쳤다. 정말 우리는 돌아이같다... 그러더니 또 한 여자분이 오더니 우리를 인터뷰하고 싶다했다. 그 분은 BBC 라디오에서 나온 분~!! BBC가 우리를 사랑하나보다. ㅋㅋ 작년에도 BBC에서 찍어가더니 올해도 BBC에서 찍어가는거 보면 분명 우리를 좋아하는 것이다. 아니면 우리같은 돌아이들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고~

공연이 시간이 다가와 극장으로 돌아왔다. 과연 오늘은 몇명이나 올까? 관객 입장을 하고보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 너무나도 감사하다.

우리는 전에 말했듯이 저글링 중에 칼모양으로 생긴 것이 있는데 그걸 못하게 해서 또 스토리를 바꿔야만 했다. 벌써 우리 공연 중에 2가지를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화차이라고 생각돼 그냥 참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여지껏 했던 공연중에 제일 반응이 좋았다. 정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이 안 끊기고 계속 흐르고 있었다.

오늘 그 관객 중에 단 한명의 기자가 왔었다. 리뷰를 얼마나 잘 써줄지는 모르겠지만 그 기자가 하는 말은 "정말로 재미있게 봤다"고 한다. 빨리 좋은 별점과 리뷰를 받아서 우리를 독점으로 연재해주는 온라인 중앙일보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8월6일

아침햇살은 굉장히 좋았으나 우리가 홍보를 할 때 쯤에 비가 계속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내렸지만 페스티벌이라 그런지 사람은 정말로 많았다. 하지만 날씨가 좋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왔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페스티벌은 홍보로 관객 수가 달라지기에 솔직히 날씨의 영향이 큰 건 사실이다. 비가 이렇게 매일 오게 되면 더 많은 관광객들이 오지 않기 때문에 걱정이다. 에든버러 날씨는 알수가 없다. 비가 왔다가 해가 떴다가 왔다갔다 한다.

홍보를 열심히 하고 나서 다시 극장 대기실. 이 일상은 한 달 내내 똑같을 것이다. 주말이긴 하지만 비가 왔기에 과연 몇명이나 올까 궁금했다. 항상 우리 머리 속에는 그게 궁금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거의 자리가 꽉 찼었다. 아쉽게도 매진은 아니지만 우리 눈으로 봤을 땐 거의 빈 자리 없이 꽉 차있었다. 한국 분들도 오늘은 몇 분 계셨고 장애우 분들도 우리 공연을 보러 와주셨다. 원래 우리 공연의 취지는 장애우 행사를 갔을 때 생긴 것이었다. 못 보는 친구들에게 듣는 즐거움을, 듣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정말로 더더욱 열심히 했다. 지금껏 공연 시작하고 계속 해서 많은 분들이 찾아주고 있지만 오늘이야말로 정말로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셨기에 더더욱 힘을 받아 열심히 했다.

마지막 저글링을 돌리면 멋지게 공연을 마치고 나서 클로징 음악과 함께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러 나왔다. 그런데 바로 이 때 외국 관객분들이 갑자기 한명씩 일어나더니 기립박수를 우리에게 보내주는것이 아닌가....작년에도 기립박수를 받아봤지만...1년만에 다시 맛보는 기립박수...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무대에 세팅 되어있는 현수막에 새겨진 태극기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코리아"를 외쳤다. 나도 모르게 오늘은 좀 울컥했다...해외 나오면 다들 애국자 된다더니..진짜인 것 같다...^^;;

그리고 나서 저녁을 먹으면서 또 한 번의 좋은소식. 한국으로 말하면 중앙일보와 같은 영국 유명 언론인 Scotsman에 우리의 모습이 실렸다. 매니저분이 Scostman신문을 사왔는데 거기에 우리 사진이 딱~!!! 역시나 외국에서도 튀는 얼굴인가보다. BBC나 Scotsman에 찍히는걸 보면 확실히 튀는 얼굴이긴 하다..ㅋㅋ 하루하루 좋은 일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이제는 별점만 높게 받으면 더할 나위 없을 듯 하다.~^^

8월7일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한국도 태풍의 영향 때문에 많은 비가 내린다고 들었다. 여기는 그만큼 많은 양의 비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비가 내리고 있다. 비를 맞으며 열심히 홍보를 하던 중 잠시 비를 피하려 들어간 곳에서 다른 해외 공연팀을 만났다. 그들은 우리에게 "너네 알어? 이 거리에서 너네 유명해~재밌다고~"고 말했다. 뭐 생각해봐도 우리가 좀 유별나긴 한 것 같다. 멀리서도 한 눈에 띄는 다양한 색깔의 의상에 코에는 콧물을 그려놓고 가발도 희안한 가발...ㅋㅋㅋㅋ충분히 이해가 간다. ㅋㅋ그리고 얼마나 시끄럽게 홍보를 해대는지 페스티벌 관계자가 와서는 살짝만 조용히 해달라고 했다. ㅋㅋㅋㅋ정말 시끄럽게 홍보하긴 하나보다.

주룩주룩 비를 다 맞아가며 열심히 홍보를 하고 공연장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어제 우리가 회의한게 있어서 공연 내용을 살짝 바꿔가면서 해보기로 했다. 공연을 계속 진행하면서 애드립도 만들고 다른 소품으로 다른 웃음을 주기도 하면서 공연 내용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그렇게 공연을 완성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일주일이 지나면 거의 완벽하게 재미있는 포인트만 있는 하나의 공연이 완성이 된다. 오늘도 중간에 공연 내용을 바꿔가면서 해봤다. 솔직히 실패가 있으면 성공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오늘은 3가지를 바꿔서 해봤는데...다 실패였다.ㅋㅋ하지만 괜찮다. 실험정신이고 도전정신이기 때문에 이걸로 서로들 짜증내는 일도 없다. 왜냐면 서로 의견을 모아서 변화를 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늘도 공연을 끝내고 집으로 갈려고 준비를 하는데 우리 매니저분께서 재미난 얘기를 해주셨다. 매니저분이 박스오피스에 가서 "나 재미난 공연을 보고 싶은데 지금 우리 공연장에서 제일 사람 많고 잘되는 공연이 뭐야?" 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랬더니 박스오피스 스텝의 한 마디. " 너네~ " ㅋㅋㅋㅋ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솔직히 우리가 잘돼고 있는지 사람이 많은지는 아직 페스티벌 초반이라 몰랐지만 그런 소리를 들으니깐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우리는 더더욱 잘해야 한다며 의기투합 했다. 왜냐면 조금씩 실수가 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긴장이 풀리면 절대로 안된다.

별점을 많이 받든 리뷰가 좋든 사람이 많든 잘돼가고 있든. 긴장을 하지 않고 공연을 한다면 실수 투성일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다른 것을 시도하기 위해 회의를 한다. 그리고는 다함께 창문 밖을 보면서 내일은 제발 비가 안 왔으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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